"삼겹살 가격이 좀 내렸다고 해서 가족들과 외식하러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풍성하게 나오던 상추, 청양고추, 깻잎이 몇장씩밖에 없었거든요.'
A씨는 최근 가족들과 외식을 갔다가 채소가 거의 사라진 밥상 차림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장님에게 상추를 조금 더 줄 수 있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난처해 하는 표정을 보이시더니 울상이 된 표정으로 채소를 가져다 주셨다"고 했다.
이처럼 식당을 찾았다가 상추, 청양고추, 깻잎을 추가하기 눈치가 보이고, 식당 사장들역시 손님들의 요청을 거절하기 쉽지 않지만 허락하고는 가슴을 쓸어 내린다고 한다. 서초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는 “연초에 청양 고추 등 채소 가격이 엄청 올랐고 이제 가격이 안정화되는 줄 알았더니 폭우로 인해 다시 채소 가격이 급등해서 예전처럼 채소를 푸짐하게 줄 수 없지만 그래도 달라고 하시면 줄 수 밖에 없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최근 쏟아진 ‘극한 호우’로 인해 채소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은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외식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데다 식당에서는 손님도 사장도 서로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7월 들어 집중호우와 폭염을 오가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서민들이 주로 찾는 채소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20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가락시장에서는 시금치(4㎏) 가격이 5만 179원으로 일주일 전 대비 29%가 올랐고 상추(4㎏)는 7만 3469원으로 36% 비싸졌다. 애호박(75%), 깻잎(39%), 복숭아(20%) 등도 가격이 인상됐다.
장마와 폭우로 인한 산지 피해가 큰 탓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0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일주일간 농작물 침수 및 낙과 등으로 접수된 농지 피해 면적은 1만 9927㏊로 집계됐다. 축구장(0.174㏊) 2만 8000여 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전북과 충남에 피해가 집중됐는데 벼·콩뿐 아니라 상추·수박 등 시설 재배가 주를 이루는 곳이어서 농산물 가격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됐다.
상추 주산지인 충남 논산에 폭우가 집중되며 이 지역 상추 하우스의 40~50%가 침수됐다.
애호박과 고추·오이의 산지 상황도 비슷하다. 주로 강원 지역에서 재배가 이뤄지는데 최근 일조량 부족과 장기간 내린 비로 품질 저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체 재배 물량 중 30~40% 수준은 품질 저하로 시장에 내놓을 수도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