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이 있는 사람에 장마철은 그야말로 시련의 계절이다. 습도와 기압의 영향으로 관절 내 압력이 커져 통증과 부기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아이고 무릎이야, 내일 비가 오려나.” 의학계에서는 장마철 곳곳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런 읊조림의 근거를 바로 여기서 찾는다.
이런 경향은 류마티스관절염·골관절염·관절통·섬유근육통 질환자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가 높은 습도와 저기압에 민감하게 반응해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짙다. 전문가들은 날씨에 따른 관절염 증상 악화 요인은 의학적으로 확실히 증명되지 않았다면서도 관절염 환자는 장마철에 질환 악화를 경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관절병증 환자는 498만 4549명으로 장마가 시작되는 6월에 가장 많은 인원인 119만 3113명이 병원을 방문했다. 김원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날씨에 따라 관절염 증상이 심해지는 것은 의학적으로 확실히 증명된 바는 없다”면서도 “습도가 높거나 저기압일 때 관절 통증이 크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마전선이 가져온 저기압으로 관절 내부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라며 “평소 인체 내부 관절과 평행을 유지하던 압력에 불균형이 생겨 관절 내 활액막에 분포한 신경이 압박을 받아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높은 습도도 근육을 자극한다. 장마철에는 대기 중 습도가 최대 90%까지 높아지는데 습기가 체내 수분이 증발하는 걸 막아 관절 주변 근육을 긴장하게 한다. 또 장마철에는 비가 하루 종일 내리는 경우가 많아 야외 활동이 줄어든다. 평소보다 신체 활동량이 감소하는 것도 통증이 강해지는 원인이 된다. 활동량이 줄어들면 관절 주변 근력이 감소해 관절이 더 굳고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관절염은 관절에 염증이 생겨 관절이 아프거나 붓는 질환이다. 퇴행성관절염과 류마티스관절염이 대표적이다.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오랜 기간 사용하다보니 연골이 점차 닳아서 생기는 질환이다. 말 그대로 퇴행성 질환으로 나이가 들면서 많이 발생한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면역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만성염증성질환이다. 아직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퇴행성관절염이 주로 체중의 영향을 많이 받는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에 생기는 것에 비해 류마티스 관절염은 초기에는 손에 잘 생기다가 점차 병이 진행되면서부터는 큰 관절에 나타난다.
관절 건강에 좋은 대기 중 습도는 50% 내외다. 장마철 높은 습도를 낮추기 위해 습관적으로 에어컨이나 선풍기에 손이 가기 마련인데 냉방기를 장시간 켜둘 경우 관절염 환자는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차가운 바람이 관절 주변 근육을 긴장시켜 신경을 더욱 압박할 수 잇는 탓이다. 자연스레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통증을 완화시키는 물질과 영양분 분비가 줄어든다. 김 교수는 “실내 습도가 높다고 냉방기를 지나치게 오래 틀면 대기 중 습도가 50% 보다 낮아져 관절염 환자에게 안 좋을 수 있다”며 “냉방기를 직접 조작할 수 없는 장소라면 긴 소매의 겉옷이나 무릎담요로 찬바람 노출을 줄여야 한다. 실내외 온도차는 5도 이상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락직하다”고 조언했다.
장마철 통증이 심해졌다고 운동을 중단하면 근육이 더 위축되고 약화돼 관절을 보호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관절 손상과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허진욱 노원을지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평소 꾸준히 관절에 좋은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좋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특히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경우 약물 치료 뿐만 아니라 운동을 꼭 병행해야 하고 각자의 근력이나 몸상태에 따라 적절한 운동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절염에 좋은 운동은 수영, 스트레칭, 저속으로 자전거 타기, 스쿼트, 요가 등이 있다. 만약 장마로 인해 통증과 뻑뻑함이 심해졌다면 운동 시간을 줄이고 운동 전 후에 스트레칭을 더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단 관절염 환자가 운동할 때는 반드시 주의 사항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게 허 교수의 설명이다. 허 교수는 “환자 자신에게 맞는 운동의 종류와 지속 시간에 대해 반드시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관절염 주치의로부터 상세하게 처방을 받아야 한다”며 “관절에 통증이 있을 때는 보통의 경우 운동을 중지하고 관절을 쉬게 하는 것이 좋다. 걸어야 다리가 튼튼해진다고 통증을 참아가며 무리하여 걷는 것은 오히려 관절염을 악화시킨다”고 강조했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부종이나 열감이 없는 관절통이 있는 경우 통증을 줄이기 위해 뜨거운 물주머니로 찜질을 하는 것이 추천된다. 찜질은 피부보다 더 깊은 조직의 온도를 변화시켜 관절의 뻣뻣한 증상을 완화시키고, 관절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그러나 자주 반복되는 고온의 열찜질은 관절연골 및 조직에 함유돼 있는 콜라겐의 파괴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관절의 염증이 심해 국소적으로 관절부위에 열감이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냉찜질이 효과적이다. 허 교수는 “관절염은 관절이 많이 붓거나 열감이 동반되기도 하고 또 눌러서 아프거나 관절의 운동이 제한되는 증상이 나타나므로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류마티스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