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법원이 무슬림과 비(非)무슬림의 혼인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20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매체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무함마드 샤리푸딘 대법원장은 최근 하급 법원 판사들에게 보낸 회람을 통해 1974년 결혼법 제2조를 준수하라고 명령했다.
이 법에는 ‘결혼은 결혼 당사자들이 속한 종교의 규율에 따라서 이루어져야만 합법적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에서는 혼인을 종교의 영역으로 보고 무슬림은 종교 사무소(KUA)에, 비무슬림은 일반 관청에 각각 혼인 신고를 한다.
문제는 이슬람 최고 의결기관인 울레마협의회(MUI)가 이교도 간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KUA는 무슬림이 아닌 사람과의 혼인 신고는 받아주지 않는다. 일반 관청 역시 무슬림의 혼인 신고는 접수 불가다.
하지만 최근 자카르타 중앙 법원은 기독교인 남성과 무슬림 여성의 혼인 신고를 받아줬다. 법원도 혼인 신고를 받을 수 있다는 민사 행정법을 근거로 이교도 간 혼인임에도 이를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법원은 다른 종교와 신념을 가진 사람들 간 결혼 등록 요청을 허가할 수 없다”며 결혼법 준수를 강조했다.
MUI는 성명을 통해 “대법원의 명령을 환영한다”면서 “결혼법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척하는 판사들은 대법원의 회람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인권단체 ‘스타라 인스티튜트’는 “대법원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원의 진보를 막아버렸다”고 비판했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나라지만 이슬람을 국교로 정하지는 않고 있으며, 이슬람 외에 다른 종교를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만 법에는 이슬람과 힌두교, 개신교, 가톨릭, 불교, 유교 등 6개 종교만을 나열하고 있는데 신분증(KTP)에 자신의 종교를 표시하도록 해 이 6개 중 하나의 종교를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자신이 무교라며 종교를 적지 않으면 공산주의자로 간주하기도 한다.
지난해 개정된 안도네이사 형법에서는 종교를 적지 않거나 6개 외의 종교를 가지면 처벌하도록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