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리포트]서방 포탄 지원 한계…우크라 반격 별진전없이 연말 협상국면 가능성

이대식 태재미래전략연구원 동북아협력실장
프리고진 반란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향방은
푸틴 체제·국민지지 큰 흔들림 없고
서방 포탄 공급 여력은 부족한 상황
대선 앞둔 美 집속탄 지원 묘수 불구
러시아도 집속탄 만만찮은 비축량
우크라 반격, 성공 가능성 크지않아
바이든의 경제정책 부정적 평가 많고
시간 지날수록 무기 지원 등 부담 커져
우크라·러시아도 내년 대선 실시 예정
모두가 연내 가시적 성과 내야할 입장
'가을장마'전 2~3개월이 분수령 될듯

6월 24일 1일 천하로 끝난 러시아의 용병 단체 바그너그룹의 반란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체제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든가 러시아 군대의 내분으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곧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넘쳐난다. 그러나 이는 객관적 사실보다는 주관적 바람에서 나오는 일종의 희망 고문에 가깝다. 한국에서 자주 인용되는 19세기 러시아 시인 표도르 이바노비치 튜체프의 시구처럼 러시아인 자신들도 ‘이성으로 이해하기 힘든 러시아’를 서방이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여기에 감정까지 실리면 더더욱 상황을 오해하거나 오판하기 쉽다. 특히나 대외 정책 결정자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망하기 전 일단 핵심 팩트 체크부터 하자. 반란이 끝나고 5일 후인 6월 29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비롯한 바그너그룹의 지휘관 30여 명을 크렘린으로 불러들였다.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 앞에서 바그너의 고위 지휘관이자 러시아군 대령 출신으로 체첸과 시리아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러시아군과 바그너그룹 내에서도 신임이 두터운 안드레이 트로셰프를 새로운 수장으로 지명했고 지휘관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러시아 경찰·검찰·연방보안국은 일사불란하게 프리고진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 수색에 들어갔고 반란 이후 신출귀몰하던 프리고진은 7월 13일 바그너그룹을 위해 마련된 벨라루스의 야전 텐트에서 속옷 차림의 남루한 모습을 전 세계 언론에 드러냈다. 무기를 러시아 군대에 몰수당한 바그너그룹은 이제 정규군 소속으로 이 텐트촌에서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율은 거의 변화가 없다. 러시아 국영 공공여론조사센터(Vciom) 자료에 따르면 6월 18일 78.9%에서 7월 9일 77.2%로 소폭 하락했다.


오히려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미국 여론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현재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경우 반란 전 54%에서 반란 후 61%로 늘어났지만 공화당 지지자들은 34%에서 26%로 줄었다.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우크라이나의 반격 상황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반란이 있기 하루 전인 6월 23일 CNN은 서방이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반란 이후 약 20일이 지난 7월 14일 가디언지는 키이우가 반격에 빠른 진전이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정리하면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푸틴 체제는 큰 흔들림이 없고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별 진전이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은 푸틴 체제의 안정성보다는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성공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서방의 바람과 달리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원인은 서방의 포탄 생산능력이 부족한 데 있다.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한창이던 6월 30일 발레리 잘루지니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은 워싱턴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1주일에 10만 발의 포탄이 공급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병사가 1000명씩 숨진다”며 우려를 표했다. 결국 승부의 최대 변수는 서방의 포탄 공급 능력에 있다는 말인데, 유감스럽게도 서방의 포탄 공급 부족 문제는 개전 초기부터 줄곧 제기돼왔고 지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1~2년 내로 개선되기 힘들어 보인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지난해 9월 발간된 보고서에서 “미국이 위급한 순간에 대비할 군수 생산능력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품목이 증산에 많은 햇수가 걸린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상황은 올해 6월 15일자 의회 보고서에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미국 정치인들이 우크라이나의 무기 요청 목록을 보고 “우리는 아마존이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한 것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이것을 단순한 푸념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근본적인 문제는 철강부터 선반 장비 등 군수산업의 근간이 되는 제조업의 공동화에 있다. 한마디로 미국은 일부 최첨단 무기 외에는 대부분 외주를 주고 역설적이게도 주로 방산 아마존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포탄 지원이 안 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결국 최첨단 정밀 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보내는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집속탄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하지만 러시아도 집속탄 비축량에서는 미국에 뒤지지 않기 때문에 집속탄을 보낸다고 해서 전세가 크게 바뀐다고 보기도 어렵다.


여기서 집속탄 지원 결정을 한 두 번째 이유인 2024년 미국 대선에 대해 짚어봐야 한다. 5월 18일자 파이낸셜타임스는 ‘우크라이나의 동맹국들은 미국 대선이 있는 해에 군사 지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제하의 글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여력은 5개월 정도뿐이라는 미국 전문가의 말을 인용했다. 미 대선이 다가올수록 바이든 정부에 우크라이나 지원이 부담스러운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원 여력에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미국 유권자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여론이 약화되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 대선에서 집권당 후보 당락의 핵심 변수인 경제 성과에 악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당선 당시 분기 성장률은 2.3%로 직전 분기보다 0.8%포인트 높았고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당선 때 분기 성장률은 1.7%로 직전 분기보다 1.0%포인트 낮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한때 40년래 최고인 8.5%로 치솟았다. 최근 인플레이션을 잡아가고 있으나 아직 목표 수치인 2%에 한참 모자라는 4%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도 부정적이다. 6월 말 AP에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유권자가 34%에 불과하다. 이는 그에 대한 지지율 41%보다도 낮은 수치다.


포탄 공급도 어렵고 집속탄 지원도 별 효과가 없다면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연말 혹은 내년 초가 되면 협상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전쟁은 지루한 협상과 지루한 소규모 교전이 계속되면서 종전 없이 휴전이 이어지는 한반도형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내년 3월 같은 달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도 올해 전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봐야 하는 입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게엄령을 이유로 대선을 연기할 가능성을 비쳤으나 내년 미국의 지원을 확신할 수 없기에 올해 내로 확실한 전과를 올려야 한다. 푸틴 대통령은 대선 승리에 큰 변수는 없지만 프리고진의 반란이 준 생채기가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는 데다 올해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경우 권력 균열이 불가피하다.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그리고 내년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국이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최대 분수령은 가을장마가 시작되기 전 2~3개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대식 태재아카데미 동북아협력실장은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의 지경학 연구자로 서울대 노어노문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태재미래전략연구원에서 글로벌 패권 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동아시아 지역 협력 솔루션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 패권의 진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수의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대식 태재아카데미 동북아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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