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단지 필수템 '세대창고'…설치비용 부담에 갑론을박

팬트리·드레스룸 등 공간 보완
청약 흥행 가르는 중요 요소로
분양후 창고 설치나선 장위자이
주택 규모따라 입장 달라 마찰

한 아파트 지하에 세대 창고가 설치돼 있다. 사진 제공=플러스앵글

최근 분양을 진행하거나 앞둔 아파트 단지에서 ‘세대 창고’가 필수 옵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올 들어 분양가가 폭등하면서 수납 공간을 갖춘 넓은 평형에 청약하기 부담스러워지자 ‘셀프 스토리지(개인 창고)’ 같은 세대 창고 설치 여부가 청약의 흥행을 가르는 요소 중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다만 설치 비용 등을 두고 입주민이나 조합원들이 갈등을 빚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21일 분양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했거나 예정인 신축 단지 대부분이 전 세대에 지하 창고를 1개씩 제공하는 ‘세대 창고’ 기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 창고란 수납 공간이 부족한 아파트·오피스텔 등이 지하주차장 또는 별도 공간에 설치한 세대별 보관함을 말한다. 세대당 1~1.5㎡가량의 공간이 제공된다.


서울 청약 수요자인 30대 A 씨는 “아파트 청약시 입지·향·층을 먼저 보고 그 다음 단지 내 조경 특화, 조식 서비스, 세대 창고가 있는지 살펴보고 청약한다”고 말했다.


평면도에서 팬트리·드레스룸이 부족한 경우 세대 창고에 대한 수요는 더 높아진다. 특히 대지의 한계로 수납 공간이 많은 평면을 뽑기 어려운 재건축이나 재개발 단지에서 설치 수요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정비 사업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설계가 일반분양 시기보다 훨씬 앞서 이뤄진다”며 “분양시 이전과 달라진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다시 설계 용역을 발주해야 하는데 설계비가 많이 들다 보니 기존 설계도를 그대로 쓰면서 세대 창고를 추후에 추가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이날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경기도 광명시 광명센트럴아이파크(광명4구역 재개발)는 일반분양 전 세대에 지하 세대 창고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분양 예정인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래미안라그란데(이문1구역 재개발)도 전 세대에 지하 창고가 제공될 예정이다. 최근 242대1로 일반분양을 완료한 동대문구 청량리동 청량리롯데캐슬하이루체(청량리7구역 재개발)도 지하에 세대 창고를 갖췄다. 올해 2월 입주를 완료한 강남구 개포동 개포프레지던스자이(개포주공 4단지 재건축) 등 최근 신축 단지들에서 어렵지 않게 세대 창고를 찾아볼 수 있다.


설계도에 세대 창고가 없었던 단지들은 부랴부랴 뒤늦게 설치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반분양 성적이 저조해 2차례의 무순위 청약을 거쳐 선착순 분양으로 분양을 마친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레디언트(장위4구역 재개발)는 최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지하에 세대 창고를 설치하는 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하지만 세대 창고 개념이 생소한 데다 관리 및 설치 비용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한다. 장위자이레디언트의 경우 조합원들 사이에서 “조합원들이 비용을 부담해 일반분양자들을 위한 세대 창고를 설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차기 총회에서 재투표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전용면적 84㎡ 이상 소유자는 세대 내 수납 공간이 충분해 세대 창고가 필요 없다는 의견이 많다”며 “일단 전체 세대를 위한 창고 설치를 보류하고 추후 수요 조사를 통해 필요한 세대만 창고를 설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제기된다. 다른 조합원은 “신축 단지 대부분이 세대 창고를 설치하는 만큼 단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세대 창고가 필수적”이라며 설치 찬성 의견을 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부담에 단지별로 특화 설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조식 서비스와 더불어 세대 창고는 프리미엄 단지를 가르는 기준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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