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자리 통계에서 가장 놀라운 대목은 남성 일자리가 무서운 속도로 쪼그라들고 있다는 점이다. 6월 일자리는 전년 대비 약 33만 3000명 늘어났는데 이 중 남성 일자리는 1000개에 불과했다. 남성 일자리 증가가 부진한 것은 4월이나 5월에도 마찬가지여서 각각 9000개, 3000개로 전체 증가한 일자리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늘어난 일자리의 99%는 여성 일자리가 차지했다. 특히 60세 이상 여성의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늘어난 여성 일자리 중 60세 이상은 대체로 40% 수준이었으나 올해 들어 이 비중이 64%(6월)로 올라갔다.
최근 일자리는 대부분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보건복지업)과 음식 숙박업에서 나왔다. 5월의 경우 전체 늘어난 일자리 35만 1000개 중 보건복지업이 16만 6000개, 음식 숙박업이 12만 8000개를 기록해 전체 증가 폭의 83.8%를 차지했고 6월에도 이 비율이 72.7%에 달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일자리를 만들어내던 보건복지업 및 음식 숙박업마저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업에서 늘어난 일자리는 올 1~2월 20만 개에서 5월 16만 6000개, 6월 12만 6000개로 줄어들었다. 음식 숙박업도 올 초 17만 개를 넘다가 5월 12만 8000개, 6월 11만 6000개로 축소됐다. 만약 이런 추세가 앞으로 이어진다면 늘어난 일자리가 35만 개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정부 일자리 정책의 방향은 분명해졌다. 남성 일자리의 소멸을 방치하면 안 된다. 남성 일자리 중에서도 60세 이하의 남성, 4050세대가 주도적으로 취업하는 업종의 일자리 기회가 크게 확대돼야 한다. 남성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제조업·도소매업·운수업·부동산업·건설업의 경기가 살아나야 된다. 2030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4050 일자리는 더 긴급하다. 부양할 가정이 있고 무거운 교육비 부담을 안고 있으며 갚아야 할 빚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세대다. 2030세대는 다시 소생할 시간과 기회가 많지만 4050세대는 그럴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대부분 중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로 고용 기회를 창출하는 창조적 세대인 동시에 나라 경제를 이끌고 가는 중추 세대라서 그렇다.
남성 일자리를 늘리려면 중소제조 업체의 자본력을 확충하고 침체된 제조업 경영인의 사기를 높여야 한다. 반도체나 자동차 관련 제조업은 물론 여타 제조 업체가 수출 마인드를 가지고 첨단화·기술화·집약화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온 나라가 반도체나 2차전지에만 쏠릴 필요는 없다. 철강이나 화학도 있어야 하며 전통 뿌리산업이나 섬유·목재도 필요하다.
제조업이 쪼그라들면 수출도 없고 일자리도 없고 서비스업 발전도 없다. 부동산업·건설업·운수업·도소매업 또한 전통적으로 남성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황금 산업이다. 미래 관점에서 필요한 사회 인프라에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면 더욱 시급하게 착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