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相象(상상)’은 이웃나라 일본의 다양한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아울러 한국과 닮은 사회적 현상·맥락을 짚어보고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교권추락’은 최근 대한민국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른 이슈다. 교내에서 목숨을 끊은 저연차 교사, 제자로부터 교실에서 폭행 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교사. 이들의 소식이 연달아 보도되며 많은 국민들이 충격 받았다. 이와 동시에 미래 세대를 키워내는 소중한 임무를 맡은 교사들이 정신적, 물리적 폭력 아래 무참하게 짓밟히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시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한국이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를 공식화하기 전부터 ‘이지메(괴롭힘)’라는 사회문제를 경험했던 일본은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미성년자들의 폭력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그 시작은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도쿄 나카노구에서 발생한 집단 괴롭힘으로 시카가와 히로후미군(당시 중학교 2학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카노 후지미 중학교 자살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일본 사회는 괴롭힘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기 시작한다. 일본 정부와 교육계도 처음부터 완벽한 대응을 보인 것은 아니다. 수 차례 귀한 생명을 놓치는 일을 거듭했다. 잊을만하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학생이 나오는 일이 이어지자 일본 정부는 별도의 법(괴롭힘방지대책추진법, 2013년 공포)이 만들었다. 한국이 이보다 훨씬 앞선 2004년 학교폭력예방법을 만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늦은 법 시행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인 경찰과 ‘2인 3각’의 관계를 맺는 시스템을 구축해 빠르고 강력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 받는다.
22일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지난 2월 7일 후지와라 아키오 초등중등교육국장은 각지의 학교에 총 21페이지에 달하는 문건을 보냈다. ‘괴롭힘 문제에 대한 올바른 대응을 위한 경찰과의 연계에 대해’라고 시작하는 이 문건은 괴롭힘 문제가 학교의 힘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후지와라 국장은 해당 문건에 “괴롭힘 행위는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현저하게 침해해 건전한 성장과 인성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며 “학생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학생지도 범위 내로 보고 경찰에 상담, 신고하는 것을 주저했던 사고방식을 고쳐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그는 “학교는 범죄에 해당하는 사안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경찰과 정보공유를 할 수 있는 연계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학교와 경찰 쌍방간 연락창구가 될 담당 직원을 지정하고 (피해 학생의) 자살예고 등 긴급한 사안에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일선 학교에 지시했다. 특히 괴롭힘 문제에 대해 경찰과 연락할 담당직원으로 문부과학성은 △(부)교장 △교감 △학생지도주임 등 경력이 풍부한 베테랑 교사가 나서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해당 문건은 학교가 경찰에 즉시 신고해야 할 주요 괴롭힘 사례를 담고 있어, 학생 지도로 끝나도 될 사안과 아닌 것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어린 학생들의 잘못된 행위가 형사법상 몇 조 몇 항에 해당하는 ‘범죄’인지를 뚜렷하게 밝혀 놓은 것이 눈에 띈다. 문부과학성이 학교가 파악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행위로 꼽은 것은 △장난이라고 하면서 반복적으로 동급생을 때리거나 차는 행위(폭행) △가위나 커터 등으로 동급생을 다치게 하는 행위(상해) △동급생의 교복을 커터로 찢거나 자전거를 부순다(기물손괴) 등이다.
반면 한국은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을 때 주도적인 역할은 교내 전담 기구나 교육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맡고 있다. 이는 학교폭력예방법을 토대로 교육부 등이 정한 가이드라인이 정한 내용이다. 경찰은 학교폭력 신고접수와 사안 파악 등에서 협조하고 있지만, 일본처럼 일상적으로 교내 정보를 주고받는 공조 파트너로 기능하고 있지는 않다. 특히 한국에서는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학폭위가 열리지 않고 학교장 자체 해결로 흐지부지 되는 일이 다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에 대응하는 한일 교육계의 포지션이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형사법상 처벌이 어려운 촉법소년(만 14세 이하)이 저지른 범죄행위도 경찰이 개입 및 지도할 수 있다는 문구도 눈에 띈다. 학교나 교사가 문제에 홀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과 함께해 효과적인 폭력사건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 이유로 경찰이 개입하면 학교가 가해·피해 양측에 연락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꼽기도 했다. 후지와라 국장은 경찰이 나서 원만하게 해결된 실제 사례를 문건에 언급했다. “촉법소년인 가해 아동이 피해 아동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피해를 입었고 학교가 대응했지만 보호자가 납득하지 않아 경찰이 개입했다. (중략) 경찰은 가해 아동과 그 보호자를 조사했고 조서를 작성하고 가해 아동을 지도했다. 이 결과를 피해 아동과 보호자에 전달하고 (사건 해결방식에 대해) 납득을 이끌어 냈다.”
그렇다면 학생이 교사에게 위협을 가하고 폭행했을 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일본에서도 종종 학생이 교사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이럴 경우 폭력적인 학생을 지도하는 방식은 한국보다 엄했다.
현지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2021년 일본 효고현의 한 중학교에서 14세 남학생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학교의 60대 남성 교사를 때렸기 때문이다. 이보다 전인 2017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후쿠오카현에서 14세 남학생이 46세 남성 교사의 지도에 반발하며 얼굴을 때렸고 이 학생 역시 체포 및 입건됐다. 두 건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촉법소년 기준(만 14세)을 넘긴 학생이 저지른 폭행이라는 점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초등학생처럼 촉법소년에 해당하지 않기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교사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은 명백한 범죄라는 것을 또래 학생들에게 알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대응으로 보인다.
한편 야후재팬·구글 등에서 ‘학생이 교사를 때리면’을 검색어로 넣으면 △퇴학당함 △체포됨 △피해 교사의 의사와 피해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소년원에 갈 수 있음 등의 내용이 뜬다. 한국 네이버·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동일한 문구를 검색하면 최근 발생한 사건에 대한 기사가 주로 뜬다. 학생이 받을 수 있는 제재는 ‘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기록이 남는다’는 내용이었다. 촉법소년 여부, 피해 정도에 따라 처벌 수준은 달라질 수 있다.
도쿄=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