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함도 과하면 선 넘는다…주가 93% 하락한 ‘운동화계의 애플’ 올버즈 [정혜진의 Whynot 실리콘밸리]

현재 주가 1.6달러에 거래 중
실패 과정에서도 자구책 공유
젊은 고객층 유치하려다 3040 잃어


‘운동화계의 애플로 불리며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꼽혔던 올버즈(Allbirds)가 보이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에서 지내면서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유니폼으로 불리는 파타고니아와 달리 올버즈가 실종됐다는 게 이곳에서 받은 첫 인상이었습니다.


23일(현지 시간) 기준 올버즈 주가는 1.6달러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2021년 11월 상장한 지 1년 8개월 만에 주가가 93% 넘게 떨어진 것입니다.


2016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 친환경 운동화를 내세운 펀딩이 시작됩니다. 운동화의 겉감은 메리노 올로, 신발의 밑창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폼, 신발끈은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해 추출한 소재를 통해 만들었습니다. 당시 친환경적인 생산 방식을 지향하던 일부 소비자들이 호응해 순식간에 12만 달러를 모금하는 성과를 거둡니다. 이는 전 뉴질랜드 국가대표팀 축구 선수로 활약한 팀 브라운의 프로젝트였는데요. 평소 선수로 활동하던 그는 ‘로고가 크게 드러나지 않은 친환경적인 소재로 제작한 운동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지역으로 오면서 배우자의 대학 룸메이트였던 친구의 배우자인 조이 즈윌링거를 만납니다. 컨설팅 업계, 벤처캐피털(VC) 업계를 거쳐 바이오테크 기업에서 운영 업무를 맡은 즈윌링거와 한 팀이 됩니다. 이후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면서 올버즈는 빠르게 입소문을 탑니다. 이후 2017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편안한 운동화로 이름을 올렸고 곧 실리콘밸리의 유명인사인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를 비롯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까지 자처해서 올버즈를 신습니다. 순식간에 많은 기존 운동화 기업으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고 아디다스와는 2020년 파트너십을 맺고 저탄소 운동화 ‘아디제로 2.94kg CO2e’를 출시하기도 합니다.



뉴욕타임즈(NYT)가 2018년 실리콘밸리가 애정하는 신발로 올버즈를 소개한 기사 /NYT 홈페이지 갈무리


이 기간 올버즈의 기업 가치는 40억 달러(약 5조2000억원)까지 올라가면서 나이키의 대항마로 자리잡습니다. 이후 2021년 11월 나스닥에 화려하게 상장하며 상장 첫날 주가가 90%까지 상승합니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1.6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올버즈의 재무 건전성이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 알려졌고 2022년 회사가 2억 978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동안 순손실이 1억140만 달러에 달했다는 점이 이 같은 주가 하락을 부추겼습니다.



올버즈 주가 추이


올버즈가 겪게 된 문제는 세 가지 입니다. 첫 번째는 정확한 타깃 고객층의 부재였습니다. 3040 소비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이내 연령층을 확대하고자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죠. 그 과정에서 ‘찰리’라는 20대 고객층을 타깃으로 내세웁니다. 문제는 공동 CEO조차도 타깃 고객을 통일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즈윌링거 CEO와 미팅을 진행하면 직원들은 기존 고객층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놓았지만 브라운 CEO와 회의를 할 때는 20대 고객을 위한 아이디어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인기가 많았던 울러너, 트리대셔 시리즈 외에 160달러대 트리 플라이어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프리미엄 라인으로도 라인업을 확장합니다. 하지만 트리 플라이어 시리즈는 흥행하지 못했고 내부적으로도 선수를 위한 운동화를 파는 건지, 축구 클럽에 오는 엄마들을 위한 운동화를 파는 건지 헷갈린다는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두 번째 실패는 더욱 처참했습니다. 올버즈는 의류로도 제품 라인업을 넓히는 과정에서 친환경적인 소재를 활용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올버즈 의류를 입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소문을 탄 바 있습니다. 문제는 신발과 의류는 기능성 측면에서 전혀 다른데 비슷한 소재를 활용했다는 데 있습니다. 땀 흡수가 잘 되지 않는 소재로 의류를 만들다 보니 운동복이지만 흠뻑 젖어 무거운 상태로 운동을 해야한다든지, 레깅스는 딱 붙지 않고 흐물흐물한 채로 성질이 변한다든지 고객들의 불만이 커집니다. 결국 250달러짜리 겉옷과 88달러짜리 원피스 등 의류들을 1300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할인 판매하거나 처분해야 했습니다. 이를 두고 즈윌링거 CEO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하나의 이상함은 받아들이지만 두 가지 이상의 이상함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가장 중요한 건 제품의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점었습니다. 고객들이 운동화에 자꾸 구멍이 나거나 금방 헤진다며 불만을 접수했고 이는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올버즈가 내놓은 세계 최초 탄소 배출이 ‘0’인 운동화 라인업 'M0.0NSHOT’ /사진 제공=올버즈


올버즈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8년 간 유지했던 공동 대표 체제를 접고 즈윌링거 CEO의 단독 체제로 전환합니다. 브라운 CEO는 조직 문화, 브랜드 등을 담당하는 최고혁신책임자(CIO)를 맡고요. 기존에는 두 CEO가 함께 결정하고 분담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는 스타트업으로서는 효과적으로 작동했지만 상장사가 된 이후에는 맞지 않는 방식이었던 것이죠. 이어 제품군도 단순화하고 과감히 소비자 직접 판매(D2C) 방식을 내려놓습니다.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도록 유통점에 입점 시켜 비용은 줄이도록 한 거죠. 지난 달에는 세계 최초로 탄소 배출이 ‘0’인 운동화 라인업 'M0.0NSHOT’ 시리즈도 출시했습니다. 운동화 라인업의 기술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 같은 자구책 때문에 올버즈의 실패는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입니다. 올버즈가 실패 과정에서 겪은 경험들을 공유하고 구조조정 과정을 공유하는 건 실리콘밸리다운 실패 극복 방식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올버즈 주가는 30% 이상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올버즈가 이 과정을 통해 다시 실리콘밸리의 아이콘으로 부활할 수 있을 지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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