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이 국내 전기차 성장세가 주춤하는 와중에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전계약으로만 1만대를 넘어서며 올 하반기에도 흥행가도를 이어갈 전망이다. 기아는 EV9을 비롯해 EV6, 니로 EV, 니로플러스 등 다양한 차종으로 베스트셀링카를 휩쓰는 등 국내 전기차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EV9은 지난달 19일 국내 출시되자마자 올 상반기 전기 승용차 판매 순위로 톱 10에 진입했다.
6월 한 달 간 1334대를 판매하며 월간 판매량으로 EV6에 이어 2위, 상반기 전체 전기 승용차 판매 순위에선 8위를 기록했다. EV9이 7000만~1억 원 가격대를 형성하는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사전계약 물량이 1만대를 돌파한 EV9은 하반기에도 매달 1500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최초로 3열 좌석을 갖춘 전동화 모델인 만큼 전기차로 패밀리카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꾸준할 것이란 분석이다. 더구나 전기차를 충전하는 번거로움도 크게 덜어줬다. 99.8kWh(킬로와트시)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기아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긴 501km의 주행이 가능하다.
기아는 EV9 기본 모델(에어·어스 트림)에 이어 이달 18일 주력 트림인 GT-라인의 인도를 시작했다. 올해 안에 자율주행 레벨3 수준의 고속도로부분자율주행(HDP)까지 탑재한 GT-라인 차량도 출고 될 예정이다. EV9 GT-라인은 HDP가 탑재된 첫 기아 모델로 향후 전동화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HDP 기능을 활성화하면 차량 스스로 앞 차와의 안전거리나 차로를 유지하며 최고 시속 80㎞로 주행하게 된다. 끼어드는 차량까지 판단해 안전거리를 지켜주는 등 높은 주행안정성을 자랑한다.
EV9의 흥행은 국내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꺾인 시점에 이룬 성과여서 더욱 주목된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7만 8535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판매 성장률인 76.1%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이에 국내 전기차 판매 비중도 지난해 9.4%에서 올 상반기 8.8%로 0.6%포인트 하락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고물가, 보조금 축소,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의 요인이 전기차 시장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아는 이러한 시장의 한계를 넘어 전기차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아의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만75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6%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전기차 판매 증가율보다 4.0%포인트 높은 셈이다. 시장 점유율은 약 35%로 전년 동기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기아의 활약은 차종을 가리지 않고 인기를 얻은 것이 주효했다. 올 상반기 전기 승용차 부문 판매 순위를 보면 EV6가 1만927대로 1위에 등극했다. 니로 EV와 니로플러스는 4위, 6위를 차지했다. EV9까지 합해 4종의 베스트셀링카를 배출한 것이다. 소형 SUV(니로 EV), 준중형 SUV(EV6), 대형 SUV(EV9) 등 전동화 모델을 체급별로 다양하게 선보이면서 국내 소비자의 폭넓은 선택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로플러스는 기아의 첫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기차로 택시기사나 캠퍼 등을 겨냥한 맞춤형 전략이 맞아 떨여졌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기아가 전기차 수출은 물론 내수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EV9과 EV6가 냉랭해진 국내 전기차 시장을 다시 뜨겁게 달굴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