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한 번 낮춰 잡았다. 다섯 차례 연속 하향 조정으로 수출과 소비·투자 부진 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IMF는 다만 세계경제 성장률은 상향 조정했다. 우리 경제가 세계경제의 회복세 속에서도 부진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IMF는 25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1.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4월 전망치(1.5%)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3개월 만에 또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는 최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전망과 같은 수준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전망한 1.5%보다 더 낮다. 연간 1%대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과 팬데믹 첫해였던 2020년(-0.7%)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서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3%로 내렸다. 올 4월 전망치에 견줘 석 달 만에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으로 역시 수출을 비롯해 민간소비, 투자 부진 등이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ADB는 싱가포르와 대만은 각각 1.5% 성장을 전망했고 홍콩은 4.7% 성장을 예상하는 등 주요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 경제를 유독 비관적으로 평가했다.
IMF는 한국과 함께 주요 선진국 가운데 독일(-0.1→0.3%)만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했다. 미국(1.6→1.8%), 프랑스(0.7→0.8%), 이탈리아(0.7→1.1%), 스페인(1.5→2.5%), 일본(1.3→1.4%), 영국(-0.3→0.4%), 캐나다(1.5→1.7%) 등은 높였다. 중국은 5.2%로 그대로 유지했다.
특히 주요 해외 기관들이 세계경제 성장률은 유지 혹은 상향하면서도 한국 경제성장률만 낮춘다는 게 문제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회복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 IMF는 이날 올해 세계성장률로 3.0%를 제시해 기존 전망치보다 0.2%포인트 올렸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중국 경제가 어렵다 보니 그 여파가 크고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고 있다고 해도 회복세가 생각보다 느린 게 성장률 하향 조정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