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살인범한테 칼 버려달라고 부탁하냐"…경찰 '존댓말' 논란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조모 씨가 23일 서울중앙지법에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관악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신림 칼부림’ 사건에서 경찰이 흉기 난동을 벌인 범인 조모(33)씨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존댓말로 대응한 것에 대해 누리꾼들의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 21일 조 씨는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행인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했다. 또 1분도 안 된 상황에서 30대 남성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둘렀다. 이후 조 씨는 인근 스포츠센터 상가에 앉아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과 마주했다.


이때 경찰은 계단에 앉은 조 씨를 향해 "칼 버리세요"라고 말했다. 경찰의 거듭되는 요구에 조 씨는 자포자기한 듯 흉기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경찰이 조 씨를 검거하는 현장 상황이 영상으로 확산하자 네티즌들은 비판을 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칼 버리세요" 등 존댓말 대응을 문제로 삼았다. 네티즌들은 "취객 데리러 왔냐", "흉기를 버려 달라고 부탁해야 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테이저건을 쏴서 제압했어야 했다" 등 경찰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직 경찰들은 매뉴얼상 어쩔 수 없다며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을 이해한다는 분위기다.


'경찰의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상대방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 행위의 위해성 수준에 따라 경찰의 대응이 정해진다. 당시 조 씨는 도망가거나 저항하지 않고 경찰의 통제를 따르는 '순응' 범주였다.


이에 따라 경찰은 언어적 통제와 수갑 사용만 가능하다. 만약 경찰이 조 씨에게 경찰봉이나 테이저건을 사용했을 경우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흉기를 든 피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물리력을 동원하면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과잉진압으로 판단돼 징계 권고를 받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 또한 현장에서 다양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말 사용'을 경찰의 대응 매뉴얼로 만들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조선일보를 통해 "한국 정서 특성상 무조건 명령조의 반말 사용을 하라고 경찰 매뉴얼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체포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반말을 했다가 오히려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살인 혐의로 구속된 조 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는 내일(26일) 결정될 전망이다. 신상공개위는 경찰 내부위원 3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되며, 심의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비공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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