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탈탄소가 무책임한 일이 안되려면


"석유와 가스 생산을 중단하는 것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에너지 대기업 쉘의 최고경영자(CEO) 와엘 사완은 지난 6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이 공개되자 안 그래도 쉘의 행보(2030년까지 화석 연료 생산량 유지)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환경단체들은 일제히 맹비난을 퍼부었다.


사완 CEO의 주장은 이렇다. 재생 에너지 수급이 불안한 상황에서 화석 연료 생산량을 급감하면 연료 가격의 폭등을 불러와 결국 경제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화석 연료를 당장 중단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는 말로 정리된다. 그의 말이 그저 기업만의 논리는 아니다.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 받는 유럽에서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화석 연료 사용과 에너지 믹스 전략을 지지하는 국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당장 쉘이 석유 및 가스 추출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스전, 철강 등 주요 굴뚝 산업들은 환경단체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자금 줄을 끊어 사업 자체를 무산 시키려는 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화석 연료 사업을 뚝 끊어낼 순 없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수입선 다변화로 자원 비축을 확대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해외 자원 개발에 관한 산업 생태계 회복을 주문한 바 있다.


기업들은 나름의 탈탄소 조치도 세우고 있다. 쉘은 2050년까지 넷제로 에너지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내 기업들도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적용하고 화석 연료를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사용하는 등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물론 화석 연료 감축은 불가피하며 지구 공동의 과제다. 그만큼 장기적인 계획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단순한 비난과 사업 중단 요구는 기업의 탈탄소 사업을 무책임하게 만드는 일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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