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아내 사무실에 몰래 녹음 기능을 켠 휴대전화를 두고 타인과의 대화를 녹음한 50대 남편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고의로 대화내용을 녹음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지난 20일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이수웅 부장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된 A(56)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4월 3일 오전 8시 30분께 아내 B씨의 원주 사무실에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녹음기능을 켜놓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숨겨 제3자와의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2021년 초부터 부부관계가 악화해 B씨와의 이혼 과정에서 몇몇 사건과 연루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A씨는 B씨의 외도 등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A씨는 재판에서 "서류를 파쇄하려고 사무실에 들어갔다가 휴대전화를 놓고 나오는 바람에 우연히 통화내용이 녹음됐을 뿐 고의로 녹음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가 몰래 녹음한 파일 분량이 6시간 14분에 달하고, 휴대전화 회수 후 곧바로 외도와 관련한 증거가 될 만한 대화 내용을 찾아내 아내에게 외도 여부를 추궁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불법 녹음과 내용 확인 등 피고인의 행동은 미리 계획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실수로 휴대전화를 놓아둔 것이라면 피해자에게 쉽게 발견될 수 있었던 것에 비춰 보면 고의로 대화 내용을 녹음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자녀들을 비롯한 가족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B씨의 사무실에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부간 불화 이후 불법 녹음을 위해 사무실에 들어갔더라도 A씨와 가족 모두 알고 있는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간 점이 인정된다"며 "사무실 침입의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