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생아 역대 최소, 국가 소멸 막으려면 ‘살고 싶은 나라’ 만들어야

5월 출생아 수가 역대 최소 수준을 기록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출생아 수는 1만 8988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69명(5.3%) 줄었다. 5월 출생아 수가 2만 명을 밑돈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0~2021년 혼인 건수가 적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6월 이후 연말까지 출생아 수가 반등할 여지도 크지 않다. 이대로 가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사상 최저였던 지난해의 0.78명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5월 사망자 수는 2만 8958명 늘어 전체 인구는 43개월째 자연 감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악 수준의 저출산 문제는 대한민국의 존립 기반마저 위협하고 있다. 인구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는 최근 “한국의 저출산이 지속되면 2750년 국가가 소멸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학생 수가 줄면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세수는 줄고 복지 수요는 급팽창해 미래 세대의 허리가 휘는 날도 머지않았다. 경제는 활력을 잃고 연금 재정이 더욱 부실해져 은퇴 이후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마저 빚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날 저출산 대응 정책간담회를 열고 저출산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선택과 집중’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근본 대책은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게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부는 질 좋은 공공 보육 시설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 ‘국가가 보육을 책임진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과도한 사교육 경쟁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노동시장 개혁과 산업구조 혁신을 서둘러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대자동차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저출산·육아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것은 반길 만하다. 우수한 해외 인력 유치와 정착 지원 등 이민 정책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 침체와 국가 소멸을 막기 위해 사회 전체의 총체적 혁신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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