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경기 바닥 찍었나…순상품교역조건 27개월 만에 상승 전환

수출물량지수 9개월 만에 상승 전환
한은 “반도체 가격 하락세 둔화 조짐"

25일 오후 창문 밖으로 보이는 부산항 모습. 연합뉴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물량이 늘어나고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나타나면서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27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그동안 실질소득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던 교역조건이 반등하면서 수출 경기가 저점을 지나 회복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6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올해 6월 수출물량지수는 126.90으로 전년 동월 대비 7.5% 상승했다. 올해 2월(6.7%) 이후 4개월 만에 상승 전환이다.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석탄 및 석유제품 등이 감소했으나 운송장비, 화학제품 등이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반도체만 떼어놓고 보면 6월 수출 물량은 전년 동월 대비 21.6% 증가해 5월(8.1%) 대비 큰 폭 늘었다.


6월 수출금액지수는 147.37로 전년 동월 대비 12.0% 하락해 9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운송장비, 전기장비 등이 증가했으나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석탄 및 석유제품 등이 감소한 영향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 금액은 28.0% 하락해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다만 한은은 반도체 가격 내림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정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발표한 실적을 보면 2분기 반도체 판매량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고 반도체 수출 금액 하락 폭도 1분기보다 축소됐다”며 “DDR4, DDR5 등 일부 제품의 시장 가격 흐름이 반등하면서 계약가격에도 영향을 주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수입물량지수는 125.85로 전년 동월 대비 4.4% 상승해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수입금액지수는 147.37로 전년 동월 대비 12.0% 떨어져 4개월 연속 하락했다.


6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5.36으로 전년 동월 대비 0.2% 올랐다. 2021년 3월 이후 27개월 만에 첫 상승이다. 수입가격(-15.7%)이 수출가격(-15.5%)보다 더 크게 내리면서 상승 전환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로 지난달 물건 하나를 수출하고 받은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건이 0.85개라는 의미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가격 변동만 고려하는 단점을 보완한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7% 오른 108.32로 17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수출물량지수(7.5%)와 순상품교역조건지수(0.2%)가 모두 상승한 영향이다.


서 팀장은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앞으로 향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중요하다”며 “수출 부문에서 반도체 가격 하락세 둔화가 어떻게 나타날지, 향후 국제유가의 추이 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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