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활력 높이려면 법인세·상속세 등 세제 근본 개혁 서둘러야

정부가 27일 신약·복제약 개발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액 공제를 확대하고 국내로 유턴하는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을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한류 붐을 이어가기 위해 K콘텐츠에 대한 세액 공제를 확대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가업 승계에 따른 세 부담 완화 차원에서 증여세 저율 과세 범위를 넓히고 연부연납 기간을 5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도 있다. 미래 성장 동력을 육성하고 기업의 국내 투자를 북돋아 경기 활성화를 꾀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소야대(與小野大)’라는 정치 지형과 재정 악화 탓에 국가 경쟁력 향상에 반드시 필요한 근본적인 개혁안은 담기지 못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법인세 단순화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이 개정안에 포함되지 못한 점을 언급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우리나라가 저성장 장기화 국면에서 벗어나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세제를 하루빨리 뜯어 고쳐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게 법인세·상속세 개혁이다. 우리의 법인세 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34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24%로 OECD 평균(21.2%)보다 높은 데다 과표 구간이 4단계에 달해 통상 1~2단계인 다른 선진국보다 복잡하다. 법인세율이 높으면 국내 투자 유인이 떨어지고 과표 구간이 세분화돼 있으면 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기업 규모나 수익을 줄이려 할 가능성이 커진다. 자본에 대한 과세를 단일세율로 해야 자원 배분의 왜곡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또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인데 최대주주 할증을 더하면 경쟁국인 일본(55%)보다도 높은 60%에 달한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15%)의 4배 수준이다. 매물잠김 현상을 심화시키는 등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서둘러 폐지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대선 후보 시절 부동산거래세 인하의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내년 4월 총선 이후 제출되는 세제개편안에서는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불합리한 세제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은 속도전이다. 총성 없는 경제 전쟁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우리의 개혁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정부와 국회가 세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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