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올해 폴더블폰 판매량을 전년보다 50% 이상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당초 시장 전망치의 두 배에 해당되는 수치다. 삼성전자는 폴더블이 틈새시장에서 벗어나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만큼 올해 국내 갤럭시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의 3분의 1을 폴더블로 채우고 빠르게 성장하는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퍼스트무버(선도자)’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28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경제 상황이 어렵지만 올해 삼성전자 폴더블 제품 판매량에 대해 전체 시장 성장률에 준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노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폴더블 제품 판매량을 전년 대비 50% 이상 늘리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량이 1980만 대로 지난해의 1280만 대에서 5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판매량은 지난해 1050만 대(점유율 82%)에서 1330만 대(67%)로 26.7%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화웨이·샤오미·오포·구글 등이 폴더블을 연이어 출시하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겠지만 삼성전자 판매량 증가 폭은 시장 성장률에 비해 낮을 것으로 관측한 것이다. 하지만 노 사장은 삼성전자 폴더블 출하량에 대해 시장 성장률인 50% 이상 확대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업계 전망치의 두 배에 달하는 공격적인 목표다.
노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급속도로 성장 중인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도자로서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노 사장은 5년 내에 연간 폴더블폰 총판매량이 1억 대에 다다를 것이라는 예측을 소개하며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 때 높았던 시장점유율이 생태계 확장으로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삼성전자가 폴더블 선도자라는 위상을 유지시켜나갈 것이라는 점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26일 첫 국내 언팩을 통해 갤럭시 Z플립·폴드5를 공개한 것도 삼성전자가 ‘폴더블 선도자’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노 사장은 “삼성전자·폴더블 모두 한국에서 출발했다는 상징성과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며 “문화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인정받으며 한국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폴더블 종주국인 한국은 세계적으로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플립과 폴드의 판매 비중은 65%와 35%지만 국내에서는 폴드 비중이 40%가량을 차지한다. 플립에 비해 폴드가 70만~90만 원가량 비싸고 대당 가격이 200만 원을 넘지만 대화면이라는 장점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에 노 사장은 올해 국내 갤럭시 플래그십 총판매량 중 3분의 1을 폴더블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갤럭시 플래그십 제품군 내에서 폴더블 판매 비중 또한 20%를 넘길 것”이라며 “2019년 갤럭시 폴드를 처음 선보인 후 폴더블 스마트폰 누적 판매량이 3000만 대를 넘어섰고 곧 갤럭시 Z의 연간 판매량이 과거 갤럭시 노트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소개했다.
노 사장은 갤럭시 Z플립5로 삼성전자의 고민거리인 낮은 10대 선호도를 극복하겠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그는 “세계 각국 전 계층으로부터 사랑받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삼성전자의 의무이자 바람으로, 특정 계층과 연령층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꾸준한 시장분석과 노력을 통해 플립5는 젊은 층을 위한 제품으로 만들었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선호도가 올라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 인도 등 인구 대국에서의 갤럭시 Z 판매 확대를 위한 전략도 언급했다. 노 사장은 “중국혁신팀을 별도로 운영하는 등 중국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면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폴더블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른 인도에서도 프리미엄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현지 파트너들과의 협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