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문 삼성, 반도체 감산 확대로 하반기 '총공세' [biz-플러스]

■"바닥 지났다" 하반기 대반격
반도체 부진·갤S23 출시효과 축소
생활가전서 만회하며 최악은 면해
메모리 수요회복 전망에 공급 대비
DDR3·HBM3 첨단 제품도 강화
하반기 반등 시점서 '초격차' 질주

2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005930) 반도체(DS) 부문이 올 2분기에도 4조 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하반기 중 D램과 낸드반도체 추가 감산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은 27일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도 생산 하향 조정(감산)을 지속할 예정이며 재고 정상화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 D램과 낸드 모두 추가 생산 조정을 진행하겠다”며 “특히 낸드 위주로 하향 폭을 크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감산 계획에 더해 추가로 생산 물량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반도체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삼성의 메모리반도체 생산 감소 폭이 전년 대비 최대 20%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SK하이닉스(000660) 역시 실적 발표회에서 “낸드 제품 감산 규모를 5~10%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조치는 메모리 시장의 반등 시점을 앞당기면서 차기 최선단 시장의 우위를 발 빠르게 선점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감산 효과로 구공정(레거시) 제품의 재고를 빠르게 털어낸 뒤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고대역폭메모리(HBM)3 등 고부가 첨단 제품 중심으로 전환해 3분기부터 본격적인 약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감산으로 ‘재고 털기’…HBM 생산 2배로=김재준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27일 “하반기에도 생산 하향 조정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재고 정상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D램과 낸드 모두 선별적인 추가 생산 조정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낸드플래시메모리 위주의 하향 폭을 크게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추가 감산에 나서기로 한 것은 4월 감산 선언 이후 의미 있는 재고 변화가 뒤따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생산량 하향 조정 후 D램·낸드 재고가 5월 피크(정점)를 기록한 후 빠른 속도로 감소했다”며 “하반기에는 재고 조정이 상대적으로 진전된 PC와 모바일 위주로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공급 측면에서도 업계의 감산 폭 확대 영향으로 시장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DDR4 등 구공정 제품의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는 한편 인공지능(AI) 시장의 성장과 함께 급부상한 HBM의 생산능력을 내년에 올해 대비 두 배 이상 끌어올려 대응할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D램의 경우 실리콘관통전극(TSV), 하이K메탈게이트(HKMG) 등 특수 공정이 적용된 제품은 수요 증가가 예상돼 다른 제품보다 먼저 가격 반등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15억 Gb(기가비트) 이상의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AI 관련 투자가 급증하면서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회사는 이에 따라 생산 시설 증설을 통해 내년 생산능력을 올해 대비 두 배 이상 확보하고 수요가 더 늘어날 경우 추가 확장에도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HBM 수요가 향후 5년간 연평균 30%가량 증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낸드는 D램보다 업황 개선 속도가 더뎌 추가 감산으로 ‘재고 털기’에 더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글로벌 낸드 3위 SK하이닉스도 낸드에서 5~10%의 추가 감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 초까지 무(無)감산 입장을 고수하던 삼성전자는 4월 기조 전환 뒤 과감한 감산 전략으로 시장 정상화를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의 ‘추가 감산’ 발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동시에 뛰었다.


◇고부가 중심 재편으로 ‘초(超)격차’ 달성=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DS 외에도 대부분의 사업 분야에서 하반기 경기 회복과 함께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반기 반등 시기에 맞춰 주력 제품을 고부가 중심으로 재편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초격차’를 이뤄간다는 계획이다.


실적을 부문별로 보면 삼성전자의 핵심 주력 사업인 반도체(4조 3600억 원 손실)와 스마트폰(MX) 부문은 적자를 이어가거나 전 분기 대비 실적이 주춤했다. 대신 영상디스플레이(VD) 및 가전이 7400억 원 흑자로 1분기(1900억 원) 대비 4배 가까운 성장을 보이는 등 나머지 사업 부문에서 고른 개선세를 나타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년 동기 대비 20% 줄었지만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압도적 경쟁력을 앞세워 영업이익이 8400억 원을 기록했고 전장 자회사인 하만은 2500억 원으로 고공 성장을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 회복에 맞춰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리면서도 시장 경쟁 우위를 강화하기 위해 고부가 첨단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VD는 전체적인 TV 시장의 수요 약세 속에서도 의미 있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프리미엄·초대형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가전 또한 비스포크 등 프리미엄 제품군의 판매를 늘려나가는 한편 전 세계적으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친환경·고효율 에너지 제품의 확산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HBM3·DDR5 등 고부가 신제품 출하 확대가 수익성 개선의 열쇠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4분기에는 1년 만에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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