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장례 할인됩니다"…커지는 '반려동물' 상조시장

◆대형 상조업체도 펫장례 진출
식장·화장 예약에 유골함 마련 등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 수요 늘어
'빅5' 보람그룹도 내달 상품 출시

이달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려동물 산업 전시회 ‘2023 케이펫페어’에서 반려동물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 A 씨는 10년 넘게 함께 살아온 반려견이 갑작스럽게 무지개 다리를 건너자 슬픔과 함께 당혹감을 느꼈다. 반려동물의 정확한 장례 절차를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다 한 상조 업체의 ‘반려동물 상조 서비스’를 알게 됐다. 전화 한 통으로 필요한 절차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A 씨는 “반려견의 장례 절차도 결국 사람과 똑같았다”며 “경황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는데 반려동물 상조 상품에 가입해 서비스를 이용하니 바로 제휴 업체의 장례식장과 화장을 예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 1000만 명, 지난해 반려동물 시장 규모 4조 원. 양육 인구는 크게 늘었지만 아직 반려동물의 장례 절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의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사랑하는 가족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일반 쓰레기처럼 버려야 하는 것이다. 산이나 집 마당에 매장하는 것은 불법이다. 합법적인 반려동물 사체 처리 방법은 동물병원 위탁, 동물장묘업 등록 시설 이용, 종량제 봉투 배출뿐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반려인들은 반려동물 전용 장례식장을 활용하려는 마음이 크지만 합법적인 곳을 찾기가 어렵고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상황에서 정확한 절차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이달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려동물 산업 전시회 ‘2023 케이펫페어’에서 반려동물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업계에 따르면 상조 업체들이 반려동물 상조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주로 중소 상조 업체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대형 상조 회사들도 속속 서비스를 출시하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상조 가입 고객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아예 전용 상품을 선보이는 추세다.






TY태양라이프는 2021년 일찌감치 반려동물 전용 장례 상품을 선보였다. 반려동물 장례 관련 업체들과 제휴해 장례식장과 화장 예약부터 수의·관·유골함 등 장의 관련 물품을 제공한다. 매달 2만 원씩 60회를 납부하면 된다. 온라이프는 올 2월 ‘애기랑나랑’ 상품을 출시했다. 반려동물 화장·수의·관·유물함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390상품’은 매달 3만 원씩 130회, ‘490상품’은 매달 3만 5000원씩 총 140회를 납부해야 한다. 더피플라이프는 기존 상조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장례 관련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상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수익보다 상조 가입 고객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를 출시했다”면서 “상조 서비스 자체가 사람들의 라이프 케어 위주로 바뀌고 있어 자연스럽게 반려인구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장례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 상조 업체도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반려동물 상조 상품을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는 분위기다. 업계 ‘빅5’에 속하는 보람그룹(보람상조)은 최근 ‘P.E.T(Premium·Experience·Technology)’ 전략을 발표하고 반려동물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다음 달 ‘펫 장례 서비스’ 출시를 시작으로 다양한 반려동물 상품을 선보일 방침이다. 보람그룹 관계자는 “식품이나 숙박, 여행, 가전·가구 등 다양한 분야의 반려동물 시장이 이미 활성화됐다”며 “사람의 생애 주기와 동일한 사업 카테고리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반려동물 상조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원라이프도 올 6월부터 반려동물 병원비 지원 플랫폼 기업과 제휴를 맺고 상조 가입 고객들에게 동물병원 의료비 지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교원라이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상조 상품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반려인구 증가 추세에 발맞춰 필요한 라이프 케어 서비스를 발굴하고 모색해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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