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41·사진)씨가 자폐 아들이 학교에서 학대를 당했다며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신고했지만 장애 아동을 둔 다른 학부모들은 “아동학대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27일 주 작가의 자녀와 같은 특수반 학부모들은 "전날 밤 올라온 주 작가의 입장문을 보고 분노해서 잠을 못 잤다"며 "주 작가의 입장문은 너무 주관적이라서 할 말을 잃었다"고 매일경제에 전했다.
전날 주 작가는 이와 관련해 "해당 교사의 직무가 정지돼 다른 학부모님들께 큰 고충을 드리게 돼 괴로운 마음뿐"이라며 "그래서 탄원도 하셨을 것"이라고 추측한 바 있다.
학부모들은 "이것이야말로 억측"이라며 "20년 동안 특수교사로 일하면서 아이를 위해 헌신해온 선생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써드린 것"이라고 분개했다. 일부 학부모는 "선생님을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매일 매일 탄원서를 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수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A교사의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그런 일은 없었다"고 못 박았다. 한 학부모는 "다른 학교에선 수업을 듣기 싫어하던 아이가 A교사를 만나고 한글도 떼고 즐거워했다"며 "통합반 수업 적응도 적극 도와주셨다"고 증언했다. 또 "A교사 다음으로 오신 선생님들도 A교사가 너무나도 완벽하게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놨고 행정적으로도 손을 볼 곳이 없다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학부모는 "A교사가 직무해제되고 자폐 퇴행이 온 아이도 있다"며 "아동학대를 했다면 저희 아이가 A교사 수업을 들으러 학교로 가고 싶어 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저희가 탄원서를 쓴 것도 그런 선생님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존경했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기다렸던 설리번 선생님을 드디어 만난 건데 한순간에 뺏겼다. 20년간의 교사 생활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인생까지도 송두리째 흔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부모들은 주 작가의 녹음 행위를 놓고도 “명백한 교권 침해이자 학생들의 사생활 침해”라고 질타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학교의 한 교사도 “학교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도망가는 모습이 너무 화가 난다”고 매체를 통해 말했다. 주 작가는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직전에 아들을 전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 작가는 “경찰 신고보다는 학교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해명했지만 교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주 작가 측의 친척이 교무실에서 고성을 지르고 신고당한 이후에도 출근하던 A교사를 직위해제하라고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편 주 작가의 아내 한수자씨의 과거 웹툰도 이번 일과 관련해 재조명 되고 있다. 이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씨가 2019년 연재한 웹툰 ‘우리는 핑퐁가족’ 9화 일부가 올라왔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발달장애아 ‘한겸’을 기르는 부모가 자녀 교육으로 고민하는 내용이 담겼다.
웹툰 속 한겸의 엄마는 “특수학교는 들어가기 하늘의 별따기다. 사회와 동 떨어질까봐 겁이 난다. 대안학교는 삶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목적이 아름답지만 자유로움이 아이에게는 버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홈스쿨링에 대해선 “엄마로서도 매일 실수투성이에 오르락 내리락 기복이 심한데 선생님까지 되라니, 나는 자신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네티즌들은 바로 이 대목을 놓치지 않았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의 교육이 어렵다는 점을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특수교사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요구한 데 이어 고소까지 한 것이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네티즌들은 “가족도 감당 못하는 걸 교사는 완벽하게 해내야 하나”,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면서 힘든 걸 알면 그 아이를 돌봐주는 선생님도 힘들다는 걸 이해해줘야 하지 않나” 등 한씨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앞서 주 작가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작년 9월 저희 아이가 돌발행동으로 인해 특수학급으로 분리 조치돼 하루종일 특수학급에서 교육을 받게 됐다"며 "그런데 사건 당일부터 지속적으로 평소와 다른 매우 불안한 반응과 두려움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또 "변호사 및 아동학대 담당관과 상담을 거쳤다"며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