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재개발 '모아타운' 삐걱…주민 반대에 사업철회 잇따라

6000세대 규모 삼전동 모아타운 사업 좌초 위기
분담금 부담 커…현금 수입 중단 임대업자들 반대
대상지 선정된 자양4동은 사업추진 취소 결정
소규모 재개발 주민간 이해관계 달라 추진 어려워
'쪽지분' 사들인 외지인 시세 부양 수단 지적도

서울시 송파구 삼전동 빌라촌 전경. 김민경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야심 차게 내놓은 소규모 재개발 사업인 모아타운이 난항을 겪고 있다. 모아타운은 신축과 구축 건물이 혼재된 10만 ㎡ 이내의 저층 주거지를 하나의 그룹으로 모아 개발하는 지역 단위 정비 방식이다. 제도가 본격 도입된 지 1년 반이 훌쩍 지났지만 분담금 부담이 큰 데다 구역 내 임대업자들이 공사 기간 동안 임대 수입이 끊길 것을 우려해 반대 의사를 적극 표시하고 있어 사업이 표류하거나 철회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28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주민 제안 방식으로 모아타운 사업을 추진하던 송파구 삼전동(하단) 모아타운 통합준비위원회는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이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삼전동 모아타운 하단은 삼전동 64-1번지 일대 약 28만 ㎡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다. A·B·C구역 총 17개 블록으로 서울시의 모아타운 사업지로 선정될 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었다.



삼전동 모아타운 구역도/자료=한국토지신탁

삼전동 하단 모아타운 통합준비위는 한국토지신탁과 사업시행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모아타운 사업지 선정을 위한 동의서를 징구하고 있지만 비상대책위원회의 반대 서명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상태다. 비대위에 따르면 현재 삼전동 A 구역에서는 약 60%, B 구역 40%, C 구역 50% 안팎(토지 면적 기준)의 반대 서명이 접수됐다. 비대위 관계자는 “원주민들은 고령인 임대사업자가 많아 현금 흐름이 끊기면 생계가 어렵다”며 “특히 지금처럼 대규모 분담금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정비사업에 대한 유인이 적다”고 말했다.


아예 사업 추진을 철회하는 구역도 나오고 있다. 광진구는 최근 자양4동 모아타운의 관리계획을 수립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사업지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올 5월 실시한 주민 설문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75.9%에 달했기 때문이다. 모아타운으로 선정된 곳 중 사업 취소로 기울고 있는 곳은 자양4동이 처음이다.



사진 설명

이 밖에 강남구 일원동 대청마을 내 2개소도 상가 건물과 단독주택 소유주의 반대가 극심한 상태다. 소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 특성상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달라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서울시는 이달까지 67개 구역을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했으며 2025년까지 100곳으로 늘릴 계획이었지만 현 상황을 고려하면 목표 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모아타운 사업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55곳에서 조합이 설립돼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재개발 사업보다 훨씬 빠른 속도”라고 설명했다.


모아타운이 외부 투기 세력의 유입으로 부동산 투기꾼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30%의 동의율만 확보하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만큼 개발 호재로 이슈를 만들기가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전동과 자양4동에서 모아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위원장들은 모두 비교적 최근 주택을 사들인 외지인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소위 ‘쪽지분’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보려는 외지인들이 판치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서울시 측은 “투기 세력의 유입이 확인되는 경우 모아타운 대상지에서 제외하겠다고 각 구청에 강력하게 단속을 요청한 상황”이라며 “삼전동의 경우도 이미 송파구청에서 (거래를 중개한) 중개업소를 고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