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은 교사 개인의 권리 만을 뜻하는 게 아니죠. 교사 개인의 권리인 ‘teacher’s right'와 국민으로부터 수임 받은 권리인 ‘teaching right’, 즉 가르칠 권리가 모두 포함된 것입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권본부장은 “학생의 학습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며 “국민적 합의와 요구, 그리고 법률적 합의로 주어진 교사들의 수업할 권리를 보호해 교사들이 신명 나는 흥을 가지고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실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교사들의 교권교직 상담실 운영, 현장 복지 지원, 교원 심리 상담 등 교사들의 교권 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교총 교권본부는 최근 서울 도심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청년 교사의 죽음으로 교권회복을 위한 열띤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폭염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서고 있는 교사들을 두고 김 본부장은 “교사들이 교권 수호를 넘어 생존권 사수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처음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교사라는 이유로 참아왔고 교육자라는 이름으로 감내한 부분이 많다”며 “초·중등교육법 개정, 생활지도법 개정 등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정당히 지도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현장에서 아동학대죄를 ‘아동기분상해죄’라고 부르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교사들은 소위 ‘몸사리기’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이런 분위기가 매우 위험하다고 본다. 그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사라진다는 것은 매우 큰 문제다”며 “교실에서 문제아이 뿐만 아니라 나머지 아이들을 방치하는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교실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소수의 아이들 때문에 나머지 아이들이 교사의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지만 교사들은 소극적인 교육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어떤 행동이 아동학대처벌법에 걸리는 행위인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아동학대처벌법이 교사들의 정당한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들을 학대하는 교사는 엄격하게 처벌받아 마땅하다"면서도 “무분별한 악성·무고성 민원과 신고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사가 아동학대로 조사를 받는 순간 죄의 여부와 상관없이 학교로부터의 접근성이 차단되고 직위 해제 등 고강도의 조치가 이뤄진다”면서 “아동학대처벌법이 교직사회의 저승사자법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교사들을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관련 제도와 전담 기구 설치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사들이 매일같이 마주하는 민원이 얼마나 되는지 그 건수를 집계한 자료조차 없는 현실이다. 또 무엇이 악성 민원인지 기준과 설명이 그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 김 대변인은 “악성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와 관련 기구가 절실하지만 그 전에 먼저 악성 민원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내리고 선생님들이 민원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 실태 조사가 먼저”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일고있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비판에 대해 김 본부장은 “학교가 인권친화적인 공간이 된 것은 분명 조례의 도움이 있었다”면서도 “의무와 책임이 약화된 조례로 학생들이 학칙 어겨도 ‘이게 인권이야’라는 식의 왜곡된 인식이 만연하다”고 비판했다. 우리 학생인권조례에서 학생의 의무와 책임은 상징적 수준에 머물러 있고 학생 권리의 측면에 치우쳐 있어 불합리한 조항을 개선하고 특히 의무책임조항을 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학생인권조례가 학칙 위에 존재해 사실상 학칙이 의미가 없어진 현실이다. 김 본부장은 “경기도 소재 모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친구의 휴대전화를 뺏어 수업 중에 화상 전화를 한 사례가 있었다”며 “젊은 남자 선생님이 그 아이를 야단 치고서는 불손한 행동에 대해 ‘엎드려뻗쳐’를 시켰는데 신고를 당해 경기도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로 징계를 받았다”고 사례를 전했다. 해당 교사는 이후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징계에 대해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었지만 “나는 이제 문제행동에 대한 지도에 적극적으로 나설 용기가 없어졌다”는 말을 전하며 상처 입은 마음을 털어놨다고 김 본부장이 말했다.
김 본부장은 학교는 작은 사회이기 때문에 학교를 구성하는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각자의 권리와 의무의 조화로운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사의 권리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는 “교사는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교육의 권리를 수임 받은 자로서 존재 이유는 아이들에 있다”면서도 “이러한 교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여건이 현재 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밝히며 ”교권 없는 교육은 없다"고 강조했다.
교권 추락이 사회적 화두로 등장하면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들끓고 있다.이런 현상에 대해 김 본부장은 “도매급 비판은 절대 안 된다”며 “학교 현장에는 선생님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선생님들께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의식들이 확산되고 있을 것”이라며 “선생님을 존중하는 아이와 학부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부분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함께 인권친화적인 학교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학생들의 ‘학습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이 김 본부장의 오래된 생각이다. 그는 “교사들이 불체포특권을 가지는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다”면서 “수업하는 선생님을 마음대로 잡아가지 못하게 한 것은 결국 학생의 학습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학교와 교사의 존재의미가 아이들의 학습권, 아이들의 존재 그 자체에 있는 만큼 무분별한 비판과 마녀사냥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김 본부장은 아직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 선생님들이 유튜브 쇼츠 등을 통해 아이들과 K-POP 댄스를 추는 영상을 올리고 함께 노는 것을 보면 여전히 선생님과 아이들 사이의 인간적인 교감이 남아 있음을 느낀다”며 “모두 사람이 나쁜 것은 아니다”고 미소 지으며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