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탁막걸리' 상표 떼라"…가수 영탁, 상표권 분쟁 승소

재판부 "연예인 예명, 특정 사업에 사용할 경우 혼동 우려"

가수 영탁. 사진제공=밀라그로

가수 영탁(본명 박영탁·40)이 전통주 제조사 예천양조를 상대로 '영탁막걸리' 상표권 사용을 금지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2부(이영광 부장판사)는 최근 영탁이 예천양조를 상대로 낸 상품표지 사용금지 등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표지가 '영탁'으로 표시된 막걸리 제품을 생산·양도·대여·수입해서는 안 되고 막걸리 제품의 포장 및 광고물에 표시해도 안 된다"며 "보관 중인 제품에서 표지를 제거하라"고 판시했다.


앞서 예천양조는 지난 2020년 1월 '영탁'으로 명명한 막걸리 상표를 출원했다. 같은 해 4월 영탁 측과 1년 간 모델 출연 계약을 체결했고 한 달 뒤 '영탁막걸리'를 출시했다.


하지만 예천양조는 같은 해 7월 특허청으로부터 "'영탁'은 연예인의 예명과 동일하므로 상표등록을 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출원상표 등록거절 결정을 받았다.


상표법 제34조 1항 6호는 ‘저명한 타인의 성명?명칭 또는 상호?초상?예명?필명, 이들의 약칭을 포함하는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그 타인의 승낙을 받은 경우에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천양조는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둔 이듬해 3월께부터 영탁 측과 상표 출원 허가와 수익 분배 등을 협의했으나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예천양조는 협상 결렬 후 "영탁 측이 3년간 15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요구했다"면서 상표 사용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또 영탁의 모친이 돼지머리를 묻고 고사를 지내라고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영탁'은 백구영 회장의 '영'과 탁주의 '탁'을 합친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영탁 측은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연예인의 성명·예명을 특정 사업에 사용하는 경우 오인과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며 영탁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가수의 방송·공연 활동은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정하는 '영업 활동'이며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가수의 성명이 일반인 대부분에 인식될 정도로 우월적 지위를 취득한 경우 '널리 인식된 영업표지'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예천양조)가 막걸리 제품과 선전광고물 등에 '영탁'을 사용함으로써 일반인이나 거래자가 둘 사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혼동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영탁이 '막걸리 한 잔'이라는 노래를 부른 이후 다수 업체로부터 광고모델 제안을 받은 점, 예천양조가 '영탁막걸리'를 출시한 이후 매출이 전년 대비 4245% 증가한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예천양조 측은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한편 백 회장은 영탁이 거액을 요구했다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돼 재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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