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통증으로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가 수술 없이 퇴원했다가 며칠 만에 하지 마비 상태에 놓였다면 병원의 과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와 가족들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10월2일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B병원을 찾았다. 전공의는 요추(허리뼈)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검사를 한 뒤 척추관협착증과 추간판탈출증으로 진단했다. 전공의는 다음 날부터 3일간 휴일이어서 담당 교수 회진이 없고 입원을 하더라도 수술 없이 보존적 치료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이 말을 듣고 B병원이 아닌 집 근처 병원에 입원했고 B병원은 A씨를 전원 조치했다.
그런데 이틀 뒤부터 A씨는 통증이 심해지고 다리에 마비 증상이 나타났다. A씨는 같은 달 6일 B병원을 다시 찾아 척추 경막외혈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하지 마비로 걸을 수 없는 상태에 놓였다. 척추 경막외혈종은 증상 발생 후 '골든타임' 12시간 이내에 수술받지 않으면 영구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가족들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전공의의 부실 진료 탓에 경막외혈종을 제때 제거하지 못해 하지 마비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1, 2심은 "경막외혈종이 있는 것을 알았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아 보존적 치료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는 대학병원 측 항변을 받아들여 전공의 과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공의가 영상의학과 판독없이 요추 자기공명영상을 자체적으로 확인했다"며 "원고에 대한 상당량의 척추 경막외혈종을 진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어 "만약 전공의가 척추 경막외혈종을 진단했으면서도 보존적 치료를 선택했다면 추후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었으므로 옮겨가는 병원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원고나 보호자에게 설명했어야 한다"며 "전공의는 이러한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