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수요 한파에 몸살을 앓았던 삼성전기(009150)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반등에 나섰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거래선 공급량 증가에 더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전장(자동차 부품) 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해 주가 눈높이를 현재 주가보다 30% 이상 높게 잡고 있다.
삼성전기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조 2205억 원, 영업이익 2050억 원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2분기 보다 매출은 10%, 영업익은 43% 감소했다. 다만 전 분기 대비로는 각각 10%, 46%씩 숫자가 개선됐다.
중화권 거래처를 중심으로 회사의 핵심 제품인 적층세라미콘덴서(MLCC)와 모바일 반도체 기판(BGA) 판매가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스마트폰·가전·전기차용 반도체의 소재로 쓰이며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반도체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컴포넌트(전장) 사업부문도 2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22% 증가한 1조 65억 원을 달성하며 실적 반등에 한몫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에 전장용 제품군의 성장세가 이어졌으며 중화권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효과 역시 긍정적이었다”면서 “3분기부터 MLCC 매출이 6분기만에 전년 대비 성장세로 전환하고 가동률과 수익성의 유의미한 개선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도 “2분기 실적이 예상치 대비 견조했던 배경에는 기존 스마트폰 중심 사업모델에서 고성장 시장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한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3분기 부터는 실적 개선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관측됐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005930)의 폴더블형 갤럭시Z폴드·플립5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모델이 출시되며 주요 부품 재고가 줄어들고, 전장용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지난해 하반기 공급을 시작한 고부가 서버 기판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고 4분기부터는 베트남 패키지기판 공장이 가동됨에 따라 매출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18곳이 예상한 삼성전기의 3분기 영업익 전망치는 2662억 원이다. 유안타증권이 3621억 원으로 가장 낙관적으로 봤고 교보증권의 예상치(2254억 원)이 가장 낮았다. 컨센서스대로 3분기 이익이 나온다면 2분기 보다 이익은 10% 가까이 개선되는 셈이다. 매출 역시 컨센서스는 2조3648억 원으로 6.4% 개선이 전망된다.
전장 시장에서 MLCC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신한투자증권은 “삼성전기 MLCC의 올해 전장 시장 비중은 8%에서 20%까지 높아질 것”이라며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회사의 장기 성장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삼성전기는 프리미엄 제품군을 비중을 적극 늘리며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기의 한 관계자는 “고사양 MLCC와 플래그십용 카메라 모듈 등 고부가 제품과 전장·서버 제품 비중을 높여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전망에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전기의 목표주가를 현재 주가보다 최대 30% 가까이 높게 잡고 있다. SK증권(001510)이 21만5000원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지난 28일 종가(14만4400원) 대비 약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삼성증권(016360)(19만 원), BNK투자증권(19만 원), 신한투자증권(18만5000 원)도 주가 상승을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