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압두라흐마네 치아니 장군의 주도로 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킨 뒤 국제사회가 줄줄이 원조 중단을 선언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잇단 반란으로 ‘쿠데타 벨트’가 형성된 사헬 지역에서 유일한 친서방 성향이던 니제르 정부마저 붕괴되자 역내 러시아의 입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니제르를 포함한 15개국으로 구성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30일(현지 시간) 쿠데타 대응 긴급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에 앞서 전날 니제르 군부는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에 군사·경제적으로 개입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ECOWAS 회의에 니제르 대신 비회원국인 차드가 초청됐다”며 ECOWAS와 서아프리카경제통화연합(UEMOA)이 모두 니제르의 회원 자격을 정지하고 지역 금융시장에서 퇴출하며 국경 역시 폐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억류된 모하메드 바줌 니제르 대통령을 복권하기 위해 군사적 개입 가능성까지 처음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연합(AU) 산하 평화안전보장이사회(PSC) 역시 29일 “정치적 억류자(바줌 대통령)의 권리가 존중되지 않는다면 쿠데타 세력에 징벌적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프리카 역내뿐 아니라 서방에서도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9일 니제르에 대한 재정 지원과 안보 협력을 무기한 중단한다며 유일한 합법적 지도자인 바줌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과거 서아프리카 지역을 지배해 여전히 영향력을 가진 프랑스도 이날 니제르에 대한 모든 개발·예산 지원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니제르가 민주질서를 회복하지 않을 경우 재정 지원과 안보 협력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압박은 연간 20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의 공적개발원조에 의존하는 세계 최빈국 니제르에 치명적이다. 다만 군부 세력이 굴복할지는 미지수다. 잦은 분쟁으로 치안이 불안정한 사헬 지역에서 서방의 ‘최후 보루’인 니제르가 대테러전의 거점 역할을 놓고 되레 서방을 협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조 중단으로 서방 병력이 니제르에서 철수할 경우 가뜩이나 아프리카에서 세를 키워온 러시아와 니제르 간 유착이 강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