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적인 글로컬대학 육성하려면

■홍순찬 제이앤드컴퍼니 부대표
대학·학문·산업간 장벽 허문다지만
5년간 국고 1000억 지원으론 한계
대학도 뚜렷한 차별화 방향 설정하고
경직된 교원제도 개선 등 병행해야

홍순찬 제이앤드컴퍼니 부대표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지방대학이 생존을 위한 구조 개혁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지방대학 구조 조정을 유도해 2026년까지 세계적 수준의 지방대 30곳을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글로컬대학30’ 사업 후보 15개 대학·연합체 예비 지정을 확정했다. ‘글로컬대학30’은 학교당 5년간 국고 1000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올해 10개를 시작으로 이후 4년간 5개씩 총 30개 대학을 선정하고 대학별로 각각 5년에 걸쳐 1000억 원(연 200억 원)을 지원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시작부터 경쟁은 치열했다. 6월 글로컬 사업에 예비 선정된 15개 대학 명단이 발표됐고 이후 본지정 평가를 통해 최종적으로 10개 내외의 대학이 선발될 예정이다.


이 같은 글로컬대학 사업의 선발 과정과 현실적 한계에 대한 지적의 의견들도 적지 않다. 지방대학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글로컬대학 사업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우선 30개 대학에 선정되지 못할 경우 도태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큰데 이 같은 생살여탈 선택의 첫 단추인 예비 지정이 겨우 5쪽의 보고서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문의 목소리다. 또한 1000억 원의 예산으로 세계적인 수준으로 비약적 발전이 가능할 것이냐는 현실적 한계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컬대학 사업의 효과에 대한 이야기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대학들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몇 년 전부터 교육부가 일관되게 얘기해온 대학 혁신의 기본 방향은 ‘벽 허물기’였다. 학문 단위간, 타 대학 간,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간, 대학과 산업체 간, 대학과 지역 주민 간 경계를 허물어 교수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캠퍼스에서 지역사회로 확장하라는 의미다.


이러한 혁신은 ‘대학 밖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고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 없이는 대학들이 혁신과 비약적 발전을 도모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글로컬대학으로 거듭나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번에 예비 선정된 대학들의 면면을 보면 수년 전부터 상당한 혁신의 실적을 쌓아온 학교들이 대부분이다. 학문 단위 간의 통합, 타 대학과의 교육 과정 공유, 지자체와의 공동 사업을 통한 지역사회 문제 해결, 기업체·기관과 산업 생태계 조성 등의 성과들을 꾸준히 축적해 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들은 글로컬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초 자산에 불과하다. 이러한 성과들이 각 대학이 보유한 차별화 방향성과 맞닿아야 한다. 대학 간 경계를 허무는 통합으로 차별화할 것인가, 바이오·우주항공·스마트팜·문화콘텐츠·인공지능(AI)융합 등과 같은 대표 특성화된 학문 분야로 차별화할 것인가, 혹은 지역 상생 모델로 차별화할 것인가 등 뚜렷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일관되게 추진해야만 글로컬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나마 싹트게 될 것이다.


대학의 노력과 별개로 제도적 개선도 중요하다. 우선 대학들이 과감하게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경직된 교원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하고 학내 장벽이나 대학 간 장벽을 유발하는 규제를 제거해야 한다.


또한 대학과 산업체 간 협력과 글로벌 진출이 용이하도록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최근 일부 개정령 안이 입법 예고돼 시행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이 ‘대학 장벽 허물기’에 도화선·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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