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南 인권보고서’ 적반하장 北, 주민 인권 개선부터 나서라

북한이 억지 주장으로 한국의 인권 상황을 마구잡이로 비난하는 책자를 내놓았다. 북한 통일전선부 산하 평양출판사가 최근 발간한 ‘인권동토대’라는 제목의 책에서는 한국의 자살률과 실업률을 거론하며 “정치적 자유와 생존 권리마저 유린하는 세계 최악의 인권 불모지”라고 맹비난했다. 이 책자는 ‘말살되는 사회정치적 권리’ ‘짓밟히는 경제문화적 권리’ 등 4개 주제로 나눠 한국의 인권 상황을 다뤘다. 통일부가 3월에 내놓은 ‘2023 북한인권보고서’ 양식을 그대로 베껴 터무니없는 비방전으로 맞선 것이다.


북한이 한국의 인권 문제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북한에서는 공개·비밀 처형이 수시로 이뤄지고 고문, 생체 실험, 강제 노동 등 가혹한 인권 침해가 일상화한 지 오래다. 유엔이 18년 연속 ‘북한 인권 개선 촉구 결의안’을 채택할 정도로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은 참혹하다. 국제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북한의 자유지수는 100점 만점에 3점을 받아 세계 꼴찌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83점으로 ‘완전히 자유로운 국가’로 분류됐다.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에도 핵·미사일 고도화와 잇단 도발에 매달리느라 주민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국제 지원 단체인 ‘개발 이니셔티브’는 지난달 북한에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가 100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BBC방송은 비밀리에 접촉한 북한 주민의 증언을 통해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가족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비용이 100만 톤 이상의 식량 구매 금액과 맞먹는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김정은 정권은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초래할 억지 선동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식량난·경제난 해소에 주력하고 인권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 정부는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법 시행 7년째 출범도 하지 못한 북한인권재단을 하루빨리 가동해야 할 것이다. 또 다음 달 18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정상회의에서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실질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에도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