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끝나고 낮 최고기온이 29~35도를 오르내리는 가마솥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31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하루동안만 7명의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발생했다. 26~29일 나흘간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255명에 달한다.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이 시작된 5월 20일부터 누적 환자는 2개월 여 만에 1000명을 넘어섰고, 그 중 10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온열질환으로 숨진 인원은 9명이었는데, 올해는 8월이 오기도 전에 작년 사망자 수를 뛰어넘었다. 월요일인 31일 역시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등 당분간 무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폭염은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고 불린다. 특히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고령층인 경우 온열질환에 더 치명적이다. 지재구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살펴봤다.
인체가 더위를 느끼면 뇌의 시상하부는 체온을 끌어 내리기 위해 체온조절 시스템을 가동시킨다. 혈류량을 늘리고 땀을 배출시켜 체온을 낮추려고 하는 것이다. 혈액을 피부 쪽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은 가빠지며 동시에 신체 다른 부위에 공급되는 혈액량은 부족해진다. 혈액 공급량이 줄어들면 식욕이 없으며, 소화기능이 약해질 뿐 아니라 소변이 줄고, 인체 대사과정이 저하된다. 동시에 인지기능 등 뇌 활동이 둔해지고 운동 능력이 평소보다 저하되면서 다칠 위험도 높아진다.
온열질환은 단계별로 세분화된다. 먼저 '열실신(Heat Syncope)'은 무더위로 순간적인 현기증을 느끼거나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질환이다. 고체온으로 인해 탈수가 발생하면 체액 용적 감소 및 혈관 긴장도 감소로 이어지는데, 결과적으로 뇌혈류량이 줄면서 실신으로 나타난다. 만약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한 다음, 수액을 공급하고 다른 중한 질환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열경련(Heat Cramp)은 염분을 보충하지 않은 채 폭염에 장기간 격렬한 운동이나 일을 한 경우 발생한다. 종아리, 대퇴 또는 어깨부위 근육의 통증성 수축이 발생하며, 체온은 정상이지만 발한이 심하다. 이런 경우 수액 공급 및 휴식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열탈진(Heat exhaustion)은 온열 질환 중 가장 흔한 형태로, 일사병이라고도 불린다. 탈수로 인한 체액 부족으로 무력감, 몽롱함, 오심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체온은 보통 38~40도 정도인데 의식 상태가 명료하고 신경학적 검사 결과는 정상이다. 일사병으로 확인되면 수액 공급과 보존적 치료가 필요하다.
열사병(heat stroke)은 말 그대로 열에 의한 뇌졸중이다. 온열질환 중 가장 위험한 유형으로, 과도한 열에 의해 뇌에 심각한 손상을 주게 된다. 체온조절 기능이 중단되어 피부를 통한 열 발산이 멈춘 상태로, 40도 이상의 고열이 있는 데도 발한 기전이 파괴되어 오히려 땀 분비는 감소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경련, 의식장애, 운동실조, 편측 마비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80%는 전조증상 없이 갑자기 발생하는데 전반적 뇌기능이 소실되어 예후가 매우 안 좋기 때문에 적극적인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열사병이 의심되면 의복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을 뿌린 후 선풍기 등을 사용해 분당 0.1~0.3도씩 30분 이내 40도 아래까지 체온을 내려야 한다. 단, 냉수욕, 아이스팩 등의 사용은 금물이다. 아스피린 사용은 금하며, 타이레놀의 반복적 투여도 주의해야 한다.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발열의 다른 원인을 찾아보되, 혼수 상태이거나 경련을 하면 산소 투여 및 기도 유지가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직장 체온을 체크하면서 수액 공급 및 보존적인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흔히 열탈진(일사병)과 열사병을 혼동하곤 한다. 다만 열사병은 목숨까지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열탈진이나 열경련을 치료 하지 않고 방치 할 경우 열사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고령자나 영유아의 경우 체온조절능력이 떨어져 있거나 아직 제대로 발달되지 않았으므로 폭염이 이어질 때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갑상샘 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당뇨, 만성 콩팥병 등이 있는 만성질환자도 취약군으로 분류된다.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름에는 혈관이 이완되며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혈액 순환이 촉진되면서 심박수를 올리게 되므로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온열질환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가장 더운 시간대인 12시부터 4시 사이에는 외부 활동을 피해야 한다. 만약 피할 수 없다면 햇볕을 가릴 수 있는 양산이나 모자 등을 착용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헐렁한 옷으로 체온을 원활하게 발산하게 해야 한다. 지 굣는 “폭염경보가 내려졌을 때 부득이하게 외부활동을 해야 한다면 중간중간 서늘한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물과 이온 음료로 수분과 염분, 미네랄을 보충해야 한다”며 “온열질환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가까운 병원에 내원해 즉각적인 처치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