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이상이면 휴가비 돌려드립니다"…'폭염 여행보험' 나온다

폭염 속 로마의 휴가. 사진=연합뉴스

세계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행 중 더위가 심해지면 여행비를 보상해 주는 일명 '폭염 보험'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아이뉴스에 따르면 미국 여행보험회사 '센서블 웨더'는 휴가 중 극심한 폭염을 만나면 여행비용을 보상해 주는 보험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상품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기존에 출시된 '강우 보험'과 유사한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학자 출신이자 센서블 웨더의 최고 경영자인 닉 캐버노는 "극심한 이상기후로부터 여행자들을 보호하는 상품을 구상 중"이라며 "(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방문한 지역에서 특정 온도에 장시간 노출된 경우, 그 비율에 따라 (여행비를) 계산해 상환하는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매체에 전했다.


2019년 설립한 이래 센서블 웨더는 기후와 관련한 여행 보험상품을 계속해서 개발, 판매해 왔다. 영국에서 출시한 '강우 여행보험'이 대표적이다. 이 보험은 여행 동안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 사이에 비가 2시간 이상 오면 당일 여행비를 환급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보험료는 총여행비의 10%다.


닉 캐버노에 따르면 앞으로 출시될 '폭염 여행보험'도 이와 유사한 구조가 될 예정이다. 기온에 따른 환급 비율을 정한 후 여행비용을 돌려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섭씨 35도 이상이면 총여행비의 50%, 섭씨 40도 이상이면 100%를 보상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그리스 로도스섬 남부의 바티 마을 인근에서 산불이 숲을 태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닉 캐버노가 '폭염' 보험을 구상한 배경에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폭염에 따른 여행객들의 피해가 커지는 흐름이 영향을 미쳤다. 최근 2주 동안 그리스 동남부 로도스섬과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등에서 건조한 날씨와 폭염으로 인한 산불이 번져 수백만 명이 일상과 휴가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당시 해당 지역을 여행하던 영국인들은 자국으로 돌아가는 긴급 구조 비행기를 타야 했다. 많은 사람은 여행사를 비난했고, 여행비 환불뿐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닉 캐버노는 날씨 보험과 같은 금융 상품이 기후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으로부터 고객과 여행사를 모두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목표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면서 소비자 가치를 극대화하고 재정적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보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이상기후 관련 보험 상품은 센서블 웨더 외에도 늘어날 전망이다. 영국 여행서 튜이(TUI)도 "일부 보험에 고객들이 폭염 옵션을 추가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매체에 밝혔다.


한편 올여름 유럽의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주요 국가에서 40도가 넘는 등 이례적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지난 6월 평균 세계기온은 16.5도로 지난 30년 평균 6월 기온(15.47)보다 0.53도 높았다. 7월까지 이어지는 폭염은 아시아권도 마찬가지다.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낮 최고기온이 연일 40도가 넘는 가운데 인도는 47도까지 오르면서 온열 질환으로 4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