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만큼 호흡이 중요한 분야를 찾기는 쉽지 않다. 조금이라도 서로의 해석이 다르거나 박자가 어긋난다면 연주 전체가 망쳐지기 쉽다. 그런 클래식 음악계, 특히 본고장 유럽에서 환상의 호흡으로 활동하며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인 자매가 있다. 이달 ‘2023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으로 내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홍수진·첼리스트 홍수경 자매는 “5년 만의 내한인 만큼 설레고, 최상의 연주로 관객 분들을 만나뵙고 싶다”고 말했다.
홍수진은 2004년, 홍수경은 2009년 덴마크 국립 오케스트라에 입단했고, 현재 각각 악장과 첼로 수석을 맡고 있다. 이번 내한은 홍수경의 남편인 피아니스트 옌스 엘베케어와 함께 하는 트리오인 ‘트리오 콘 브리오 코펜하겐’의 이름으로도 함께 한다. 이 트리오는 1999년 비엔나 유학 시철부터 24년 간 1700여회의 공연을 함께 해 온 찰떡궁합의 트리오다. 자매는 “우리는 트리오의 멤버로서, 교향악단의 멤버로 누구보다 자주 함께 무대에 선다”며 “1년에 120번 넘게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다 보니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텔레파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내한에서는 14일 트리오 콘 브리오 코펜하겐으로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1번과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 가단조를, 17일에는 인천시립교향악단과 브람스 이중협주곡 가단조를 선보인다.
브람스 피아노 트리오 1번은 브람스가 20세에 처음 만든 버전과 35년 후 거장이 된 후에 개작한 판본 두 가지가 존재한다. 자매는 “초창기 때부터 우리와 함께 해 온 곡이고, 우리만의 유니크한 해석을 만들어 가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차이콥스키 트리오에 대해서는 “우리 트리오의 러시아 음악에 대한 애정이 보이는 곡”이라며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와 도스토예프스키의 명작을 읽는 것 같은 곡”이라고 소개했다. 브람스 이중 협주곡에 대해서는 “곡 자체가 콘체르토·심포니·실내악이 조화된 곡이라 어느 곡보다도 다양성과 솔리스트의 자리를 잘 이해하고 해석해야 한다”고 전했다.
음악가 출신인 자매는 “어릴 때부터 서로의 제일 큰 선의의 경쟁자이자 기둥이었고, 지금은 삶과 음악의 가장 소중한 멘토이자 조언자가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필터 없이 솔직할 수 있고, 수많은 소중한 순간들과 감정을 음악을 통해 함께 표현할 수 있다”며 “음악은 일이 아닌 삶이나 서로 얽히고설키는 하모니와 불협화음을 만들어 낸다"고 밝혔다.
23년 동안 클래식계에서 활동해 오며 한국에서의 활동이 그리 많지는 않았던 자매는 “23년 전에는 한국의 실내악에 대한 관심이 적었고, 순회연주와 오케스트라 일과 병행하다 보니 한국에 갈 시간이 제한적이었다”며 “지난 10년 동안 한국의 실내악에 대한 관심이 늘었고 한국계 현악 4중주나 트리오 그룹들도 활발하게 활동해 저희도 활동 계획을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