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씁쓸한 '몽탄 신도시'

정우용 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


여름 휴가로 몽골에 다녀왔다. 광활한 초원과 게르, 유목민들의 삶도 인상 깊었지만 그보다 더 기억에 남은 것은 수도 울란바토르의 한국화한 모습이다.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가운데 한국 기업의 대형마트, 편의점, 커피 전문점 간판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국 기업이 몽골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으나 실제로 마주한 울란바토르는 마치 우리나라의 한 신도시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 도심 풍경이 경기도 동탄 신도시와 유사해 한국 관광객들은 울란바토르를 ‘몽탄 신도시’라고 부른다고도 한다.


몽골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중앙아시아의 요충지이자 인구 절반 이상이 35세 이하인 젊은 국가이지만 사회 인프라가 부족해 그 장점을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한 몽골이 경제성장을 위해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에 공을 들였다. 몽골의 개방 이후 국내 대기업이 1994년부터 투자를 시작해 점점 확대했고 2011년 한·몽 정상회담 이후 우리 건설 업체들이 몽골 아파트 건설 사업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몽골이 택한 방식은 바로 규제 완화다. 외국인 출자 비율이 50%를 넘으면 국회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법안을 개정하는 등 지금도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막는 걸림돌을 틈틈이 치워내고 있다. 최근 몽골 총리는 일론 머스크에게 테슬라 배터리 공장 유치를 요청하며 세제 혜택과 규제 개선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처럼 적극적인 투자 유치 공세를 펼친 결과 2021년 몽골의 외국인 투자는 전년 대비 21.7% 증가하기도 했다.


몽골의 조세 정책도 기업 친화적으로 바뀌고 있다. 2020년부터 시행된 몽골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의 10% 법인세 부과 매출액 대상이 30억 투그리크에서 60억 투그리크로 두 배 확대됐다. 매출액이 큰 대기업 입장에서는 법인세 부담이 대폭 줄고 납부할 세금을 사업 확장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몽골 정부가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겨냥해 법인세 경감 대책을 내세우면서 한국 기업의 몽골 현지 법인 설립도 탄력을 받았다. 어쩌면 조만간 몽골에 또 하나의 ‘몽탄 신도시’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첫 번째 목적은 당연히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한국의 높은 법인세와 상속세, 경직된 노동시장 등 열악한 투자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몽탄 신도시’ 곳곳에 위치한 K프랜차이즈 기업들은 한국에서는 매장 수를 늘리고 싶어도 출점 규제로 더는 확장이 어려운 처지다. 이렇다 보니 몽골뿐 아니라 카자흐스탄·인도네시아·미국까지 전 세계로 진출해 신규 매장을 열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해외 진출 기업의 리쇼어링 지원을 위해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 폭을 확대하는 세법 개정안을 내놓은 만큼 국내 기업의 성장을 막는 여타 규제들도 조속히 개정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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