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안전 외면한 부실 공사 재발 방지 위해 엄중 처벌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 지하 주차장 조사에서 ‘철근 누락’이 무더기로 확인된 것과 관련해 건설 산업의 이권 카르텔 타파 의지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1일 국무회의에서 “설계·시공·감리 전 분야에서 부실이 드러났다”며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을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붕괴 사고가 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과 같은 ‘무량판 공법’으로 시공한 모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재차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고질적인 건설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법률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엄정한 행정·사법적 제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량판 구조는 천장의 무게를 버티는 보가 없고 슬래브에 기둥을 바로 연결하기 때문에 기둥 철근에 철근 부품인 전단 보강근 설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무량판 구조를 가진 LH 발주 아파트 91곳을 조사해보니 무려 15개 단지에서 전단 보강근이 누락된 것이 드러났다. 10개 단지에서는 설계 도면에서부터 빠졌고 5개 단지에서는 시공 과정에서 부족하게 들어갔다. 심지어 한 단지에서는 대상 기둥 154곳 모두에 전단 보강근이 누락됐다. 이번에 문제가 제기된 곳은 신속히 보강 조치를 취하고 민간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대한 전수조사도 실시해야 한다.


주차장이 붕괴된 검단 신축 아파트에서는 설계와 감리 모두 LH 전관 인사를 영입한 업체가 수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관 인사를 활용해 특혜를 받고 설계·감리를 부실하게 하는 바람에 붕괴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부실 설계·감리·시공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부실 아파트의 건설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중대한 부실 시공이 드러난 건설사는 이름을 공개하고 업계에서 퇴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서울 성수대교가 붕괴된 지 30년가량 흘렀지만 건설 업계에는 여전히 단가 후려치기, 무자격 하도급 등 안전을 해치는 ‘후진국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가 국가의 최고 임무이자 존재 이유이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건설 업계의 부실 공사와 비리 등 고질적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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