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에서 고양이가 ‘조류’(鳥類) 인플루엔자에 걸리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인간과 가까운 포유류의 잇딴 조류 독감 감염’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가 경고를 냈다. 국내 방역 당국도 “사안을 엄중하게 본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이어 인류를 위협할 또 다른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관악구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고병원성(H5N1형) AI에 확진된 것을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 고양이는 호흡기 증상으로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진료 중 폐사했다.
이에 동물병원장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해당 사례를 신고했고, 검역본부가 조사한 결과 고병원성 AI 감염으로 최종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질병관리청,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기관에 발생 상황을 공유했다. 또 지자체를 통해 이 동물보호소를 소독하고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10㎞ 내 지역에 있는 동물 사육시설에 대해 예찰과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서울시와 함께 이 고양이 접촉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접촉자 중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없다. 질병청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접촉자에 대해서는 최대 잠복기인 10일간 증상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고병원성 AI 발생 지역 인근의 철새 서식지를 중심으로 야생조류 AI 감염 실태를 조사한다.
동물보호소 고양이의 고병원성 AI 감염 사례는 1주 새 2건이 확인됐다.
지난달 25일에는 용산구의 한 동물보호소에서 기르던 고양이 두 마리가 AI(H5N1형)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고, 6일 뒤 관악구 소재 보호소에서도 확진 사례가 나왔다.
이에 농식품부는 방역 조치를 강화해 내달 1∼20일 서울 전역의 길고양이에 대해 AI 감염 실태를 조사하고, 고양이 번식장 등에서도 검사를 진행하며 내달 8일까지 동물보호소 내 고양이도 검사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포유류 조류독감 발병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로서는 사람 간 전파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지만, 변이로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한다면 인간 감염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WHO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인간과 생물학적으로 가까운 포유류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물과 인간에게 더 해로울 수 있는 신종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고양이를 통해 사람에게 고병원성 AI가 전파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H5N1형 고병원성 AI가 조류에서 고양이 등 포유류를 거쳐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현재까지 보고된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