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3% 올랐다. 2021년 6월(2.3%) 이후 가장 작은 상승률이다. 석유류 가격이 사상 최대 낙폭(-25.9%)으로 떨어진 영향도 있었으나, 지난해 7월 물가 상승률이 정점(6.3%)을 찍은 데 따른 기저 효과가 주요했다. 기저 효과가 사라지고 폭우·폭염의 영향이 본격화하는 다음 달부터는 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인다.

2일 통계청이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월 동월 대비)은 2.3%를 기록했다. 25개월 만에 최저치이자 두 달 연속 2%대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는 1.8% 오르는 데 그쳐 2021년 2월(1.7%) 이후 처음으로 1%대로 내려왔다. 외식물가 상승 폭도 5.9%로 지난해 1월(5.5%) 이후 가장 작았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 가격은 25.9% 떨어져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률(4.7%)은 15개월 만에 4%대로 내려왔다.

물가가 2%대까지 떨어진 데에는 지난해 고물가에 따른 기저 효과 영향이 가장 컸다. 지난해 7월 물가는 6.3% 올라 1998년 11월(6.8%) 이후 최고치로 치솟은 바 있다. 하지만 당장 다음 달부터 기저효과가 사라진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을 전월 대비로 보면 1~7월 물가 상승률은 0.5~0.7%로 빠르게 올랐는데 8월에는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 역시 이를 지적하며 “(물가 상승률은)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폭우·폭염에 따른 변수도 상당하다. 폭우 탓에 지난달 채소류 가격은 전월 대비 7.1% 올랐는데, 날씨 변화에 취약한 상추(83.3%)·시금치(66.9%)·열무(55.3%) 등 가격이 많이 뛰었다. 문제는 아직 폭우 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계청은 채소류 물가를 한 달에 세 번 조사한 후 총합해 상승률을 집계한다. 지난달 채소류 물가는 폭우 뒤인 7월 하순에 이뤄진 조사에서 크게 뛰었는데, 최종 숫자는 이전 두 차례 집계된 상승률과 합쳐져 다소 적게 나왔다. 즉 폭우 영향이 다 반영되는 다음 달에는 상승률이 더 높을 수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도 불안 요인이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1.80달러에 마감해 3개월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요 품목별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며 적기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