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노마루 반도체' 상징하는 구마모토…반도체 기업 러시에 땅값 30% 넘게 급등

[Big Shift 제조업大戰]
공장건설 타진 기업 28개 달해
7500명 넘는 일자리 창출 기대
교통망 확충 등 파급효과도 막대

구마모토 TSMC 공장 건설 현장 인근의 도로 곳곳에는 확장 공사 중이라는 안내판이 붙었다. 사진=노우리 기자

‘확장 공사 중’ ‘임야 거래합니다.’


인구 4만 3000명의 작은 농촌마을 구마모토현 기쿠요초의 넓지 않은 도로 곳곳에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표지판들이 가득했다. 앞으로 들어설 상업 시설에 대한 안내도 눈에 띄었다. 세계적 반도체 기업의 조 원 단위 투자와 그에 준하는 보조금이 한꺼번에 쏟아진 데 따른 광경이다. 구마모토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지난해부터 손님이 부쩍 늘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곳은 지하수가 많이 나기로 유명해 공장이 들어오기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물은 반도체 공장의 가장 중요한 입지 조건이기도 하다.


달아오른 기대감은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전역의 공업지 기준지가가 전년 대비 1.7% 상승하는 동안 기쿠요초 땅값은 30% 넘게 올랐다. 새로운 공장 건설을 타진하기 위해 찾아오는 기업의 행렬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노리야스 요시나카 구마모토현 상공노동부 기업입지과 본부장은 “TSMC의 공급망 내에 있는 대만 업체들로부터 굉장히 많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이중 구마모토현청과 진출 계획을 조율하는 업체는 모두 28개”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기업의 향후 고용 전망 인원만 2700여 명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진출 기업에 더해 하청 업체부터 인근 상업 시설 등까지 모두 합하면 7500명이 넘는 새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추산도 나오고 있다.


규슈 경제산업국에 따르면 TSMC가 진출을 발표한 2021년 11월 이후 규슈 소재 기업이 반도체와 관련해 발표한 설비 투자 건수는 올해 3월까지 총 57건, 금액으로는 1조 8499억 엔(약 16조 8720억 원) 이상에 달한다. 구마모토에 이미 공장을 두고 있는 소니와 도쿄일렉트론(TEL)·미쓰비시전기 등은 일찍이 부지를 선점하고 증설 투자에 들어갔다. TSMC도 구마모토에 두 번째 공장 건설 계획을 올 6월 공식화했다. 추가 투자 규모는 1조 엔(약 9조 1230억 원) 수준이다.


사카모토 아츠코 구마모토현 상공노동부 산업진흥국 주임은 “일본 경제에서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인데 구마모토현에서 반도체 산업의 비중은 20%까지 늘어난다”며 “구마모토현은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유치를 위해 관련 기업들과 정기적으로 만나고 행정적인 지원을 이어왔다”고 강조했다.


인원 유입에 따른 상업 시설 진입, 교통 인프라 확대 등 부가적인 경제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다. 일본 규슈 지역의 금융그룹인 규슈파이낸셜그룹은 TSMC 진출로 인해 앞으로 10년간 구마모토현이 얻을 경제적 효과가 4조 3000억 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구마모토현의 국내총생산(GDP)은 6조 3000억 엔 수준이다.



구마모토 TSMC 공장 건설 현장 인근 도로에 붙은 상업 시설 안내 광고판. 사진=노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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