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땡볕에서도 '어깨동무'…159國 청소년 "추억 쌓고 돌아갈래요"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개영

에콰도르 스카우트 대원들이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일인 2일 전북 부안군 야영장 인근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부안)=박지훈 기자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일인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 인근에 마련된 ‘반기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마을’에 각국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들이 북적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이름을 딴 이 마을에서는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17개의 지속 가능한 목표를 주제로 강의와 열띤 자율 토론이 이어졌다. 세계자연기금 등 환경 단체들도 이곳에 부스를 마련하고 스카우트 대원들을 상대로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멸종 위기 동물 보호를 위한 홍보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무더위 속에도 돈독한 우정 나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참여 열기
이틀새 125개국 2만5000명 입소


현장에서 만난 세계 각국의 스카우트 대원들은 무더운 날씨에서도 웃음꽃을 피웠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아난다 시아(17) 군은 “매년 잼버리 관련 행사에 참여해왔지만 한국이 말레이시아보다 더 더운 것 같다”며 “평소 한국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잼버리를 통해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 차기 개최국인 폴란드에서 온 자원봉사자 리니(20) 씨는 “이번에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 잼버리를 통해 청소년들이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경험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스카우트 단원들은 무더운 날씨도 잊은 채 서로 다른 피부와 언어의 장벽도 뛰어넘어 우정을 쌓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달 12일까지 열리는 세계 잼버리는 159개 나라에서 4만 3225명이 참가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세계 잼버리가 국내에서 열리는 것은 1991년 강원 고성 대회 이후 32년 만이다. 대회 기간 만 14~17세의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 외에 보조 진행 요원, 일반 관광객까지 7만여 명이 새만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까지 입소는 다소 더딘 상황이다.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개영식이 열린 이날 오전까지 125개국에서 스카우트 대원 2만 4674명이 야영장에 입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예정된 159개국 전체 참가 인원인 4만 3225명의 55%에 해당한다.




이탈리아 스카우트 대원들이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개영일인 2일 전북 부안군 야영장 인근에 마련된 ‘반기문 지속가능발전목표 마을’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부안)=박지훈 기자


최창행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럽 일부 국가들이 사전 일정을 마치고 입영하면 참가 인원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까지 잼버리에 불참하겠다는 국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잼버리에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들은 체험 중심의 48종, 143개 영내 프로그램과 9종, 31개 영외 프로그램, 전북도 14개 시군의 자연·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8종, 30개 지역 연계 프로그램 등을 체험하게 된다.



폭염에 온열질환 400여 명 발생…조직위, 냉방 강화·병상 확보 총력


스카우트 대원들은 유례없는 한국의 무더위를 만나 고초를 겪기도 했다. 무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탈수증상을 보이거나 어지럼증을 느껴 행사장 내 임시 병원을 찾은 온열질환자도 발생했다. 이날 부안군은 한낮 체감온도가 35도를 넘어서며 폭염 경보가 발효됐다.


최 사무총장은 “1일까지 잼버리 야영지 내에서 807명이 더위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는데 이 중 400명 이상이 온열질환자로 확인됐다”며 “만에 하나 있을 상황에 대비해 현장에 전용 잼버리 소방서를 운영하고 119구급차를 통해 환자들을 잼버리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 체계적인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잼버리 조직위도 당초 대회 기간 하루 평균 400~5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봤으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온열환자 속출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허브클리닉의 냉방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셔틀버스 운행 간격도 30분에서 10분으로 단축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또 현장 병원과 클리닉 등 야영지 내 병상을 50여 개에서 150개까지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이날 개영식에 참석해 “선배 스카우트로서 이곳 새만금에서 여러분을 만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축하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야외 활동의 설렘, 다른 학교 스카우트들과의 만남과 연합 캠핑 등은 아직도 제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며 “스카우트 활동을 통해 길러진 독립심과 책임감, 이웃에 대한 봉사 정신, 국가에 대한 헌신의 자세는 여러분을 훌륭한 리더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은 “스카우트 깃발 아래 150여 개국에서 모인 대원들이 바로 여러분의 친구이자 동료”라며 “미래를 성취해나가는 대원, 친구와 동료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먼저 손을 내미는 멋진 대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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