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전력·용수 신속 해결 못하면 ‘초격차 전략’은 공염불

정부 부처의 비협조와 주민 반발에 막혀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이 차질을 빚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들이 세제 혜택, 공장 부지와 보조금 제공 등 반도체 지원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것과 대비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 등 수도권 남부에 3GW의 발전력을 공급하는 ‘500㎸ 북당진~고덕 초고압직류송전(HVDC)’ 선로가 연내 가동된다. 하지만 북당진~고덕 HVDC 전력 계통의 고장에 대비해 배후 선로 역할을 할 ‘345㎸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내년 12월에나 완공된다. 당초 계획보다 12년이나 늦어진 것이다.


완공 일정이 지연된 것은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철새 도래지인 삽교호의 환경 파괴 및 재산권·건강권 침해를 이유로 송전철탑 지중화를 요구하는 규탄 집회 등을 열어 공사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당진시청은 한전을 상대로 일부 지역의 철탑 건설에 대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가 지난해 11월 행정법원 1심에서 승소했으나 올 7월 2심에서는 패소했다. 하지만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더구나 주민들은 추가 반발을 예고해 내년 말 완공도 장담할 수 없다. 이 송전선로가 예정대로 준공되지 않으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도 유사시 충분한 전원을 공급 받기 어렵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행정 규제와 지역 이기주의에 막혀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팔당댐 치수는 어렵다”는 환경부의 제동으로 공업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도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로 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착공이 16개월이나 지연됐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승패는 속도와 실행력이 좌우한다. 송전선로 하나 놓는 데 10년 이상 걸린다면 ‘초격차 전략’이라는 구호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정부는 최근 7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하면서 ‘원스톱 서비스’를 약속했다. 하루빨리 지자체를 설득해 전력·용수 등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한편 인허가 신속 처리, 킬러 규제 혁파 등 맞춤형 패키지를 지원해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