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리츠 내달 증자…4.2조 '공룡 리츠' 탄생 [시그널]

1.1조 하이닉스 수처리시설 인수
오피스 빌딩·110개 주유소 이어
국내 최초로 산업시설까지 품어
수익 다변화 전략 성공여부 관심

SK리츠가 신규 편입하는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수처리센터./SK리츠

국내 최대인 SK리츠(395400)가 다음 달 증자를 추진하며 SK하이닉스(000660)의 수처리 시설을 품게 돼 총 자산 4조 2000억 원으로 몸집을 불려 ‘공룡 리츠’ 탄생이 예상된다. 프라임급 대형 오피스 빌딩들과 110여 개 주유소들에 이어 국내 최초로 산업시설까지 산하에 두는 SK리츠의 수익 다변화 전략이 통할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게 됐다. 다만 SK리츠가 그룹 계열사들의 현금 확보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아 배당금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의 숙제를 안게 됐다.


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SK리츠는 다음 달까지 SK하이닉스의 이천 공장 내 수처리센터를 1조 12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자금 마련을 위한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SK리츠는 자(子)리츠를 새로 만들어 수처리센터를 편입하기로 하고 9월까지 우선주(1000억 원)와 보통주(2800억 원)에 걸쳐 3800억 원의 증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6700억 원의 담보 대출을 받아 전체 인수 대금을 치른다는 계획이다. SK리츠는 원활한 증자를 위해 일부 기관투자가들과 투자 조건 등에 대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


SK리츠는 수처리센터 인수가 끝나면 자산이 기존 3조 1000억 원에서 4조 2000억 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리츠 업계 1위인 SK리츠가 2위권인 롯데리츠(330590)(2조 3300억 원), ESR켄달스퀘어리츠(365550)(2조 2600억 원)와의 격차를 2조 원 수준으로 벌이며 독보적인 덩치를 자랑하게 된다. 2018년 리츠로 처음 상장한 신한알파리츠(293940)(1조 9240억 원)에 비하면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이와 함께 경쟁 리츠들이 오피스 빌딩이나 리테일몰·물류센터 등 단일 자산군 위주로 몸집을 키워나가는 것과 차별화하는 SK리츠의 투자 전략도 주목된다. SK리츠는 SK그룹이 사옥으로 쓰는 서울 종로 서린빌딩과 종로타워, 분당 U타워등 3개 대형 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또 110여개 SK주유소 역시 SK리츠가 2021년부터 품고 있다.


이번에 인수하는 SK하이닉스 수처리센터는 국내 상장 리츠가 인수하는 첫 산업 시설이자 리츠에 편입되는 단일 자산 중 최대 규모다. SK리츠는 SK텔레콤 T타워나 SK플래닛 사옥 등 그룹 내 다른 자산 인수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SK리츠의 수처리 시설 인수가 자금난을 겪어온 SK하이닉스의 현금 확보 방편으로 투자자들에게 인식돼 이를 극복할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최근 SK리츠의 시가 배당률이 5%대 중반에 머물러 기존 주주들은 이번 투자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분위기다.


SK리츠도 이에 수처리 시설 인수로 자산 다변화를 이루는 한편 배당률까지 높이는 운용 전략을 다시 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와 수처리 시설의 연간 임대료율을 6.4%로 시가 배당률 대비 높게 책정했다. 회사는 또 지난달 33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하고 이를 부채 상환에 대거 투입, 이자 비용도 줄일 예정이다. SK리츠 관계자는 “하이닉스의 수처리 시설 인수는 빌딩이나 물류센터 등 전통적 자산에서 벗어나 산업 시설로 투자 대상을 확대해 리츠 시장 발전에 기여한다는 의미도 있다”면서 “리츠 내 자산을 다변화하면 변동성이 축소되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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