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을 막고 있는 러시아의 지난달 곡물 수출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러시아 국영 RT 방송이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자국 곡물을 미끼 삼아 식량 위기가 심각한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곡물연합(RGU)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7월 곡물 수출은 사상 최대치인 568만t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밀 수출량은 454만t이었다. 전체 곡물 수출량과 밀 수출량은 각각 지난해 동월 대비 1.6배,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산 밀의 최대 고객은 사우디아라비아(57만 8000만t)이었다. 사우디는 전년 동월 대비 두 배나 밀 수입량을 늘렸다. 그 뒤를 튀르키예(51만 8000t), 이집트(46만 7000t), 이스라엘(34만 5000t), 방글라데시(22만2000t) 등이 이었다.
수입국 수도 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밀 수입국은 지난해 7월 26개국에서 지난달 33개국으로 증가했다. RGU는 "중남미 국가들이 러시아 밀의 새로운 구매자가 됐다"며 지난해 러시아산 밀을 구매하지 않았던 브라질과 페루는 7월에는 각각 6만2000t과 4만9000t을 수입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해에도 밀 1억t을 포함해 곡물 1억 5000만t 이상을 수확했으며 사상 최고 수출량(5700만t) 을 기록했으며 전 세계에서도 5번째로 많은 밀을 수출했다.
한편 이날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주요 20개국(G20)과 개발도상국에 서한을 보내 “전 세계 식량 불안을 악화시킨 러시아가 값싼 자국 곡물로 새로운 의존관계를 만들려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허용하고 농업 기반 시설 공격을 중단하라는 통일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