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北中) 무역 확대가 북한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북한의 대중(對中)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원천 배제될 가능성도 커진다는 지적이다.
이석 KDI 선임연구위원은 4일 'KDI 북한경제리뷰 7월호'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은 "북중 무역의 급속한 확대는 북한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중 무역 확대는) 북한 경제의 절대적 대중의존성을 완전히 고착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이어 "장기적 성장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본의 축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은 북중 무역 확대가 북한의 교역 환경을 불리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북한의 대중국 무역은 전체 교역의 90% 이상을 차지한다"며 "중국은 북한에게 일종의 수요 독점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요 독점자는 언제나 스스로에게 유리한 교역 환경을 창출하고 강요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이 위원은 "현재 국제 경제는 중국 의존적인 글로벌 공급망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새로운 공급망 창출을 모색 중"이라며 "북한이 대외 무역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기존의 경제 구조를 고착시키면 자동적으로 새로운 공급망에서 배재돼 경제 발전의 기회 자체가 박탈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정치적 이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유로도 한국, 일본 등 주변국과 북한의 경제 협력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위원은 "북한이 국경 봉쇄를 풀고 북중 무역을 급속히 확대하면 북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본격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북한의 독자적인 국가 전략 수행은 물론 정권 유지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팬데믹 이후 북중 경제협력이 단순한 경제적 사안이 아니라 동북아 전략 환경과 연계된 국가적 결정 사안일 수도 있다는 의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