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포기한 광산이 노다지 됐다"…韓상사, 숨은 자원 찾아 '골드러시'

■다시 '商社의 시대'
LX, 자원매출 1.3조…85% 급증
포스코, 印尼 가스전 30년 운영
자원개발 넘어 생산·판매로 확장

LX인터의 인도네시아 GAM 석탄 광산.

LX인터내셔널(001120)의 전신인 LG상사는 2012년 인도네시아 동부 칼리만탄주의 감(GAM) 광산 운영권을 사들였다. 2017년부터 현지에서 석탄 생산을 시작했는데 2019년 시황 악화에 순식간에 대규모 적자가 났다. 2018년 79억 원가량 이익을 냈는데 다음해 948억 원 손실을 보면서 회사도 위기에 빠졌다.


몇 년이 흘러 분위기는 반전했다. 지난해 LX인터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8조 7595억 원, 9655억 원을 올리며 축포를 터뜨렸다. 사상 최대 실적은 석탄 광산 등 자원 개발 부문이 주도했다. 자원 부문 매출은 1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5%나 늘어나며 실적 개선의 1등 공신이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탄 가격이 2021년 말 톤당 184달러에서 지난해 4분기 380달러까지 급등하면서다. 자원사업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6%에 달했다. 2019년 1000억 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한 GAM 광산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500억 원의 이익을 낸 것이다. 그간 광산 누적 손실을 다 털어내고도 남았다. LX인터 관계자는 “모두가 안 된다고 했던 인도네시아 석탄 광산이 순식간에 ‘노다지’가 됐다”고 말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사들은 광산·가스전·농장 등 할 것 없이 대규모 자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레이딩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개발부터 생산·판매까지 하는 일본형 상사 모델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은 에너지와 식량 자원 확보에 분주하다. 포스코인터는 인도네시아 해상 천연가스전을 30년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고 탐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스 매장 추정량만 13억 배럴로 광구 면적은 서울시의 14배다. 최근에는 광구에 대한 생산물 분배 계약도 체결했다. 특히 인도네시아 정부와 포스코인터의 천연가스 분배 비율은 55대45로 포스코인터가 다소 유리한 조건을 확보했다.


가스전뿐 아니라 식량 사업에도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포스코인터는 북미 곡물 사업 진출을 위한 조직을 확대하고 현지 관련 기업 인수합병(M&A)과 투자를 물색하고 있다. 2030년까지 경작지 86만 ha를 확보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서울시 면적의 15배 규모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은 북미 태양광 개발 사업에서 올해 본격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다. 올 1분기 2000만 달러 규모의 북미 태양광 매각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매각 수익은 4800만 달러로 올해는 이보다 수익이 더 크게 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성일하이텍과 독일에서 2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을 합작 운영하면서 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상사들이 해외 광산과 가스전, 농장과 에너지 단지를 찾아 개발하는 것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의 역할에 최적화돼 있어서다. 네트워크가 넓고 수많은 자원 개발을 한 경험도 한몫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인터가 인도네시아 가스전을 자신 있게 탐사하는 것은 2000년대 초 미얀마 가스전의 성공 경험 때문”이라며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밸류체인을 담당하는 일본 상사의 사업 모델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