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주차장 ‘철근 누락’이 확인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의 감리를 맡은 건축사 사무소들이 사실상 ‘전관 집합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부실이 확인된 LH 아파트 15곳 중 3곳의 감리를 맡은 M건축사 사무소의 경우 전체 임원 65명(2018년 기준) 중 22명이 LH 출신이었다. 이 회사 측은 “LH 출신들은 모두 기술직으로 근무했기에 전관으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지만 논란을 피해 가기는 어렵다. 국토교통부·법무부·지방자치단체·군(軍) 출신 등까지 포함하면 전관 인사가 무려 임원의 78.4%에 달했다. 부실 아파트를 감리한 다른 건축 회사들도 거의 비슷했다. 감리 회사들이 공직에 있을 때 공사 및 용역 발주와 관련된 직군에 근무하다 퇴직한 이들을 임원으로 대거 채용해 수주 활동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건설 업계에는 ‘전관’을 매개로 서로 밀어주고 눈감아주고 이권을 챙기는 고질적 악습이 독버섯처럼 자리 잡고 있다. 설계·감리 과정에서 5차례나 벌점을 받고도 900억 원 이상의 수주를 따낸 사례도 나왔다. 공공 기관이 감리 용역을 발주할 때 가격과 기술력 등을 함께 평가하는 ‘종합심사제’ 방식이 특정 업체 일감 몰아주기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저가입찰제로 인한 서비스 질 저하를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심사 과정에서 불공정한 평가가 개입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에 감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고질병이다. LH의 경우 지난해 자체 감리하는 주택 공사 현장 가운데 법정 인력 기준을 충족한 곳이 고작 14.5%에 불과했다. 이러니 건물이 안전하게 제대로 건설될 수 있겠는가.
정부는 건물 붕괴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건설 업계의 이권 카르텔을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한다. 공공 기관 출신 전관들은 감리 회사뿐 아니라 설계 및 건설 회사에도 영입돼 수주에 활용되고 있는 게 공공연한 현실이다. 발주와 설계·감리·시공 부문이 서로 견제하면서 독립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건설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을 서둘러야 한다. 감리는 ‘건물 안전의 최종 보루’이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감리 업체가 발주처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감리하고 수주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민간 업체의 아파트 건설 때처럼 LH 발주 공사에서도 지방자치단체가 감리 회사를 선정하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