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라고 주장한 물질 ‘LK-99’를 둘러싸고 국내외 학계의 검증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러 연구진이 별개로 진행하는 검증 작업들의 공통된 쟁점은 LK-99가 ‘마이스너 효과’를 보이는지다. 초전도체 검증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직 LK-99의 초기 검증 단계에서는 이 현상이 확실히 인정되지 않아 학계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5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마이스너 효과는 초전도체가 자석과 같은 외부 자기장을 완전히 밀어내는 일종의 자기장 차폐 현상이다. 초전도체 표면을 저항없이 흐르는 전류가 전자기학 법칙에 따라 외부 자기장과 반대 방향의 자기장을 만들고 이 두 자기장이 상쇄된다. 이로 인해 자석 위에 놓인 초전도체는 자석에 달라붙지 않고 공중에 뜰 수 있다. 초전도체의 고유한 성질이자 대중이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가장 익숙한 초전도체의 모습이다.
LK-99 검증에 나선 전문가들은 일차적으로 이런 마이스너 효과를 확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연구팀이 직접 LK-99 레시피대로 만든 물질이 자석 위에서 뜨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도 김창영 기초과학연구원(IBS) 부단장 겸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검증위원장을 맡은 한국초전도저온학회가 초기 검증 과정으로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들 속 현상이 마이스너 효과인지를 판단하고 있다.
다만 초전도저온학회는 현재 영상 속 현상을 마이스너 효과로 보기 어려우며, 개발진에게 요청한 시료(샘플)를 제공받거나 직접 구해서 LK-99를 제작해봐야 정확한 검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초전도저온학회는 영상 속 물체가 자석 위에서 완전히 뜨는 대신 한쪽만 뜨고 반대쪽은 가라앉아 비스듬하게 자석에 붙는 모습에 주목했다. 이는 물체가 자석의 자기장을 밀어내는 마이스너 효과가 아니라 오히려 자석의 영향을 받아 자화(자석화)한 결과 바닥의 자석과 같은 극은 밀어내는 힘이, 다른 극은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LK-99 회의론’의 근거다.
이달 3일(현지시간) 외신 타임(TIME)은 창 하이신 중국 화중과기대 교수와 인터뷰해 “그는 (영상에서) 관찰되는 공중부양 현상이 반드시 해당 물질이 초전도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으며 연구팀은 추가 검증을 위해 더 순도 높은 (LK-99) 물질을 합성하는 중이다”고 보도했다. 반면 같은 현상을 두고 LK-99 연구에 참여한 김현탁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 앤메리대 교수는 영국 뉴사이언티스트 저널에 “시료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물체의 초전도성을 검증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앞서 2020년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진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상온 초전도체 논문을 발표했다가 철회한 후 올해 다시 발표해 학계에서는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4년제 대학 물리학과 교수는 “(초전도체를 다루는) 재료과학은 생명과학과 함께 검증이 어렵기로 소문난 분야이며 그래서 학술지에 정식 논문으로 게재된 후에도 철회되는 일도 비교적 잦다”며 “엄밀한 의미에서 초전도성을 확인하려면 퀀텀 코히어런스(양자 결맞음) 같은 양자역학 수준의 검증까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팀은 지난달 22일 사전 논문공개 사이트 ‘아카이브’를 통해 세계 최초의 상온 초전도체 LK-99를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LK-99가 비교적 상온에 가까운 섭씨 127도에서 초전도체의 성질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기존 초전도체는 물질 내부에서 전자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짝 ‘쿠퍼 쌍’을 쉽게 이뤄 더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고 이동을 방해하는 원자 진동도 최소화하는 초저온이나 초고압 환경에서만 구현됐다. 이로 인해 송전 시 전력 손실을 거의 없앨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산업적 활용성이 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