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측은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보류해 달라…대신 일본측은 한국에서의 글로벌 이해 교육이 필요하다.”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진행된 ‘한일 미래세대 관광교류 활성화 심포지엄’에서 일본측 주제 발표자로 나선 오치 요시노리 도요대 국제관광학부 객원교수는 ‘미래 세대 교류사업의 중요성-한국으로의 수학여행 활성화를 위하여’ 발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오치 교수에 따르면 일본 학생들의 수학여행은 1886년에 시작된다. 도쿄고등사범학교에서 장거리 소풍을 간 것이 시초라고 평가되며 이후 소풍 및 지리·역사 학습이 진행됐다. 일본은 140년에 가까운 ‘수학여행’ 역사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수학여행은 상대 지역 학교·사회와의 교류, 지역의 문화체험, 관광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전후에는 해외 수행여행도 늘어났는데 특히 한국으로의 수학여행은 1972년 처음 시작됐다고 한다. 2018년 기준으로 일본내 고등학교의 해외 수학여행은 전체 공립의 10%, 교육비가 비싼 사립의 40%가 해외여행을 했다. 그해 규모로는 총 17만명 수준이다.
수학여행 대상국가에서는 공립 해외 수학여행자의 50.6%가 대만, 31.9%가 동남아, 11.2%가 북미를 방문했다. 한국은 겨우 0.5%에 불과했다. 사립에서는 순위가 다소 다른데 28.8%가 동남아, 27.0%가 북미, 18.1%가 오세아니아, 14.8%가 대만을 각각 방문했다. 한국은 역시 0.9%에 그쳤다.
숫자로 보면 한국은 일본 학생들의 수학여행 유치 여지가 많은 셈이다. 가깝고 비슷한 문화를 갖고 있는 이웃나라를 방문하려는 수요는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오치 교수는 낙관할 수 없다고 봤다. 한국으로의 일본 학생 수학여행은 2008년에는 연간 3만명에 가까웠지만 2019년에는 1000명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오치 교수는 이에 대해 “2014년 세월호 침몰 등 안전 문제, 북한의 미사일 도발, 한국에서의 반일 운동과 역사문제의 사죄요구 사건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수학여행단 감소에 한국측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대신에 가격이 합리적이고 인식도 우호적인 대만으로 숫자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학생들의 한국으로 수학여행 확대를 위해서는 △여행비용이 적정 규모로 유지되고 △교류대상 한국 학교에 대한 관광당국의 지원이 있어야 하고 △안전대책이 확대되며 △글로벌 이해교육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추진되고 △한국내 정세가 안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날 ‘방한 수학여행 참가 사례보고’에 나선 일본 보리스학원 오미쿄다이샤고등학교 스기타 신야 교사는 다소 결이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오미쿄다이샤고등학교는 1972년 한국 수학여행을 시작했고 이후 한국 여행을 늘려온 학교다.
스기타 교사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아무런 의문도 비판의식도 없이 왜곡된 한국상을 답습해 왔다는 점이 아쉽다”며 “역사는 백지로 돌릴 수 없다. 바로 그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학교가 특히 한국 수학여행을 계속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벗을 만들고 싶다. 평화를 만들고 평화의 벗이 되고 싶은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일본 88개 중·고등학교와 지자체 관계자 등 100여명을 초청해 한국 수학여행 시범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은 이의 일환으로 양국 교육·관광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일간 관광에서 아쉬운 쪽은 정말 아쉽게도 한국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일간의 관광역조가 한층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312만 명이었던 반면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86만 명에 불과했다. 우리 정부가 일본인의 방한 관광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정부는 한일 미래세대의 교류를 늘린다는 명분으로 일본 수학여행단 유치에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월 드디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만에 일본의 수학여행단의 방한이 재개됐다. 이와 함께 이번 일본측 시범투어 방한단은 내년 수학여행 계획 마련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