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잼버리 예견된 실패…전북도, 예산 없다며 양수기 사용 줄여

5~7월 영지 침수 반복됐으나 양수기 사용 축소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참가자들이 4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 내 덩굴 그늘에서 쉬고 있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현장에서 온열질환자, 물웅덩이, 위생 등 문제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잼버리 개영 전 전라북도 측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양수기 사용을 제한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5월부터 내린 비로 영지 내에 물웅덩이가 반복적으로 생겨난 데다 7월에도 폭우가 내려 물웅덩이가 생겼으나 침수 방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이다.


5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도 측은 지난 7월께 영지 내에 폭우로 인해 침수가 발생했으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양수기 사용을 제한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실제로 물웅덩이가 생길 때마다 양수기를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조직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영지에 침수가 반복됐으나 전북도 측은 지역 양수기 사용에 돈이 많이 든다며 개영 직전에 한 번에 몰아 양수기를 사용하자는 의견을 냈다. 영지에 물이 고인 즉시 대처하지 않으면서 개영 이후에도 진흙탕이 생기고 해충이 많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행사장에서 창궐한 벌레 떼에 물린 한 참가자의 다리. 영국과 미국 참가단의 철수 배경에는 이러한 열악한 환경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잼버리 영지에 비가 올 경우 침수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는 애초 배수로와 양수기 등이 제시됐다.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잼버리 개영 전 최종 브리핑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최근 발생한 집중호우로 인해 새만금 영지도 일부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며 “그동안 폭우에 대비하기 위해 영지 내부 및 외곽 배수로를 지속적으로 정비해 왔다”고 밝혔다. 아울러 “추가적으로 영지 내에 100개의 간이 펌프 시설을 설치해 신속한 배수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새만금호 수위를 단계적으로 하향시켜 영지 외곽으로의 원활한 배수가 되도록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브리핑에서 김 장관은 배수 문제 해결이 완료됐냐는 기자의 질의에 “5월, 6월, 7월에도 300㎜ 가까운 비가 와서 어제(24일)도 가보니 영지가 완전히 말라있지는 않았다”며 “일부 침수 지역이 있긴 한데 많이 침수된 건 아니고 닿을랑 말랑 하게 침수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5월 침수 발생 이후부터 여가부, 전라북도, 농어촌공사, 조직위, 행안부가 대책을 마련해 영지 내 저류지를 설치했다. 그 다음 양수기를 설치해 배수 및 긴급 보수 등을 취했고 현재는 침수지역 배수와 배수로 정비는 거의 다 돼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개영 이후에도 잼버리 영지 내부의 물웅덩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스카우트 대원들은 조직위가 제공한 팔레트 위에 텐트를 쳤다. 모기 등 해충 문제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문제가 이어지자 4일 국무회의에서 세계잼버리 긴급 지원을 위해 69억 원의 예비비를 편성했다. 이에 따라 냉동차 10대와 쿨링버스 130대 등이 추가로 배치되고 의료 인력과 청소 인력도 늘린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모기, 파리 등 해충 구제를 위한 방제 인력도 추가로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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