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은의 집순이리뷰] 내일 회사 출근하기 vs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살아가기 '좀100'

애니메이션 '좀100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 리뷰
회사원의 시각으로 풀어낸 좀비 아포칼립스
색감을 사용한 기발한 연출, 비현실 속 현실적인 스토리
인기 힘입어 실사화까지 제작

애니메이션 '좀100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 포스터 /사진=왓챠 제공

"내일 회사 가기 싫다." 적어도 밀레니얼 세대라면 일요일 저녁 '개그콘서트' 엔딩곡을 들을 때마다 눈에 습기가 차는 애절한 감성을 이해할 것이다. 월요일을 맞이하기 전 일요일과 이별하는 회사인들의 절절한 마음을 대변한 작품, 애니메이션 '좀100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가 시청자들에게 다가왔다.


◇회사원의 시각으로 바라본 좀비 아포칼립스...기발한 상상과 연출 = '좀100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이하 '좀100')는 악덕 회사에 시달리며 인생을 살아가고 있던 주인공 텐도 아키라가 좀비 아포칼립스가 터진 세상을 마주하며 좀비가 되기 전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바에야 좀비에게 먹히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은 자신이 공책에 적은 여러 가지 일들을 성실하게 해내며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이때 애니메이션의 색감이 돋보이는데, 블랙 기업에서 고단한 나날을 보낼 때 텐도의 일상은 흑백으로 그려지지만 좀비 아포칼립스가 터지고 주인공이 '내일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라는 깨달음을 얻자마자 그의 일상이 컬러풀하게 표현된다. 좀비의 피 또한 공포감을 유발하는 적갈색이 아닌, 알록달록한 색깔들로 피어난다. 평소 회사 일에 치여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행복을 느끼지 못했던 그는 처음으로 푸른 하늘과 초록빛의 자연에 감사하고 따스한 햇빛을 누린다.


◇좀비 아포칼립스 속 소중한 존재의 발견...비현실 속 현실적인 스토리 = 세상이 멸망해가는데도 유난히도 밝은 주인공 텐도는 좀비 아포칼립스에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친구 켄쵸의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공감 가능한 서사를 담고 있다. 켄쵸와 텐도는 좀비 아포칼립스 이전 대학 럭비부에서 만난 친구로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운 친구로 거듭났지만 사소한 언쟁으로 사이가 소원해진다.


그들이 소원해진 이유는 다름 아닌 서로를 향한 오해였다. 꿈을 좇아 당당하게 입사했지만 지나친 업무에 시달려 마음의 병을 안고 있던 텐도 앞에서 켄쵸는 자신이 유명 회사에 취직해 잘나가는 사람과 어울리며 모델 애인과 사귄다는 이야기를 늘어놓곤 했다. 친구 사이에 발생하는 묘한 박탈감이 결국 두 사람 사이의 벽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것은 인간관계를 쌓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악의 없는 갈등이다. 하지만 두 주인공이 앞으로 나아가는 서사는 서로의 입장을 온전히 공감할 수 없어도 노력이 있다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따뜻한 메시지를 던진다.



넷플릭스 '좀100: 좀비가 되기 전에 하고 싶은 100가지'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인기 힘입어 실사화까지 떴다...'좀100' 넷플릭스 시리즈 공개 = 지난 3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좀100'의 실사화 시리즈 또한 화제에 올랐다. 일본 인기 배우 아카소 에이지가 주연을 맡았으며 원작과 마찬가지로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살아가는 회사원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가 우연을 계기로 동료들을 모으게 되고 자신의 진정한 꿈을 쫓아가는 서사가 그대로 담겼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작화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면 실사화 시리즈는 좀비들의 실감 나는 분장,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 상당한 CG 퀄리티는 좀비 아포칼립스의 생생한 현장감을 전한다. 애니메이션에서 재미를 느꼈던 사람이라면 비슷한 레벨의 흥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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