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낸드플래시 2위 기업인 일본 기옥시아가 메모리 반도체 불황 장기화에 새 공장 가동 시기를 연기했다. 수요 위축으로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낸드가 메모리 기업들에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이어 주요 기업들의 ‘도미노 감산’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기옥시아홀딩스는 이와테현 기타가미시에 건설 중인 새로운 메모리 제조 공장의 가동 시기를 당초 연내에서 2024년 이후로 미뤘다. 새 공장은 1조 엔(약 10조 원)이 투입된 약 3만 1000㎡ 규모의 낸드 생산 시설로 신설 발표 당시에는 올봄 완공될 예정이었다. 닛케이는 “낸드 수요의 회복이 더디고 건물 장비 납품도 늦어지면서 설비투자에 제동이 걸린 상태”라고 전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수요 위축이 장기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기옥시아는 지난해 10월 낸드 제조 라인의 웨이퍼 투입량을 전사적으로 30% 줄인 후 현재까지 감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공급 과잉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자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감산에 동참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낸드 1위 기업 삼성전자는 최대 생산라인인 평택·시안 공장의 가동률을 조정하고 있다. 웨이퍼 투입량은 2년여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낸드의 재고 수준이 높아 5~10% 감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 마이크론 역시 웨이퍼 투입량을 기존 25%에서 30%까지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소수 기업이 과점 체제를 구축한 D램과 달리 낸드 시장이 다수 기업으로 구성된 점 역시 공급 과잉을 부추기는 요소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낸드 생산량의 96%를 한국·미국·일본의 5개사가 차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낸드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4%, 기옥시아가 22%, SK그룹이 15%, 마이크론이 10%를 기록하고 있다. 닛케이는 “D램 생산 업체가 주요 3개 사로 한정된 것에 비해 낸드는 가격 경쟁이 일어나기 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