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펑리수'(파인애플 케이크)를 사듯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오!그래놀라'를 선물용으로 구매해가고 있습니다. 가심비 높은 K시리얼이 해외 시장에서 통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서명희 오리온(271560) 마케팅3파트장(이사)은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켓오네이처 오!그래놀라의 중국과 베트남 시장 진출을 매우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리온에 공채로 입사해 '30세 최연소 팀장' 타이틀을 단 서 이사는 과자를 제외한 신사업인 '마켓오네이처'와 '닥터유' 브랜드를 총괄하고 있다.
오!그래놀라는 오리온이 2018년 식사대용식 시장에 진출하며 내놓은 시리얼 브랜드다. 시리얼 중에서도 귀리와 쌀, 오트, 각종 과일 등을 섞은 그래놀라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래놀라는 옥수수를 납작하게 눌러 시럽으로 코팅한 콘플레이크와 비교해 프리미엄 식사대용식으로 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소득수준이 향상되며 2021년 그래놀라 시장규모가 콘플레이크를 앞지르는 '골든 크로스'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그래놀라 시장규모는 1171억 원으로 콘플레이크보다 30% 크다. 이 중 오리온은 점유율 14%로 포스트(52%)와 켈로그(30%)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빅2인 포스트와 켈로그가 양분하고 있는 시리얼 시장에서 자국 업체가 두각을 나타내는 국가는 일본과 한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오!그래놀라의 빠른 성장 비결로는 가심비 전략이 꼽힌다. 국산 쌀과 귀리, 호밀, 검은콩, 과일 등을 100% 국내에서 제조해 원물감을 살리고 눅눅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 지퍼백보다 수 배 비싼 유럽산 미세후크지퍼백을 도입하는 등 품질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67년간의 제과 제조 비법을 적용해 '고래밥'과 '다이제'를 넣은 그래놀라를 개발한 것도 경쟁사와 차별화를 이루는 데 영향을 미쳤다.
서 이사는 "다이제를 빻아서 넣는 게 아니라, 시리얼 크기로 다시 개발했다"며 "다이제를 우유에 섞어 먹었을 때 허물해지지 않는 최적의 시간인 3분을 찾아내기 위해 수만 번의 실험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오!그래놀라의 지난해 매출은 134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1% 성장했다. 특히 가격을 한 차례도 인상하지 않고도 지난해에는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주요 e커머스에서 오!그래놀라 520g 가격은 6980원으로 경쟁사보다 20% 이상 저렴하다.
서 이사는 "적자를 감수하면서라도 품질을 유지하면 소비자들이 찾을 것이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며 "내년에는 국내 그래놀라 시장 2위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오리온은 내년 경남 밀양에 위치한 공장의 생산설비를 증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