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국내외 부동산 투자가 동반 부실화하면서 금융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손실이 잇따르고 있고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연쇄 부실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나증권은 2019년 영국계 자산운용사와 함께 1조 3000억 원에 사들인 독일의 오피스 빌딩 ‘더스퀘어’ 매각에 실패한 데다 이 빌딩의 가치가 40%나 폭락해 투입한 자기자본 2700억 원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앞서 국내의 다른 금융사들도 홍콩·미국·유럽 등의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공실률 증가와 자산 가치 하락 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봤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부실화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 투자사들의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 잔액은 2017년 29조 2915억 원에서 지난달 21일 현재 74조 5350억 원으로 급증했다. 펀드의 만기가 대체로 5년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 부동산 펀드 규모는 30조 원에 달한다.
더 큰 뇌관은 대출 잔액이 131조 원에 이르는 국내 부동산 PF의 부실화 위험이다. PF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37%에서 올 3월 말 2.01%로 높아졌다. 특히 증권사 연체율은 15.88%로 2021년 말의 3.71%에 비해 12%포인트 넘게 급등했다. 게다가 최근 철근이 누락된 ‘순살 아파트’ 논란에다 잇단 횡령 사고로 PF 시장의 신뢰도가 크게 훼손된 상태다. 부동산 PF 시장이 더 위축되면 자금을 공급한 제2금융권의 우발채무가 늘고 새마을금고 예금 인출 사태와 같은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 부동산 경기 악화와 미분양 증가, 건설사 도미노 도산 등을 불러 실물경제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 당국과 금융권은 국내외 부동산 투자 부실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위기 관리에 나서야 한다. 금융권은 손실 위험을 미리 파악해 필요시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자본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당국은 금융권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과 관리 감독 강화를 통해 신용 경색 우려가 있는 금융사의 인수합병(M&A)을 유도하고 부실 PF 사업장 신속 정리를 통한 옥석 가리기를 독려해야 한다.